요즘 김이 왜 이렇게까지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하게 됩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김은 바삭한 스낵 정도로 소비되던 식품이었습니다.
지금은 밥을 싸서 먹는 방식까지 함께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의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식재료 하나가 간식에서 식사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김은 K-Food의 확장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 흐름을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의 기억이 겹쳐집니다.
예전 일본을 찾았을 때 정식 상차림에 김이 함께 나오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구멍 하나 없는 새까만 김은 마치 얇은 먹지처럼 보였습니다.
작게 잘린 그 김은 색과 질감이 지나치게 균일했습니다.
완성도는 높아 보였지만, 어딘가 인공적인 인상도 남겼습니다.
자연 식재료라기보다 잘 만들어진 제품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그 시절 한국 김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훨씬 얇았고, 미세한 파래가 섞여 푸른빛이 도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바다에서 바로 건져 올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차이로 인해 일본으로 수출하던 김이 외관 문제로
반품되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렸습니다.
맛만 놓고 보면 한국 김이 더 낫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중요하게 본 기준은 맛보다 형태와 완성도였습니다.
일본은 김에서도 완벽함을 추구했습니다.
구멍 없는 표면, 균일한 색감, 정돈된 규격이 곧 품질의 상징이었습니다.
먼저 눈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안심하는 문화가 김에도 적용되었습니다.
한국의 기준은 조금 달랐습니다.
김은 어디까지나 바다에서 난 식재료였고,
약간의 결이나 색 차이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밥과 함께 먹었을 때 살아나는 풍미가 더 중요했습니다.
이 차이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서로 다른 식문화와 가치관이 만든 기준의 차이였습니다.
다만 우리는 오랫동안 그 차이를 스스로의 기준으로
설명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김 산업은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가공과 위생, 포장 기술은 눈에 띄게 발전했습니다.
외관의 완성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김의 방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제 세계인은 김으로 밥을 싸 먹기 시작했습니다.
김밥과 쌈이라는 한국식 먹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장면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쌀밥에 고추참치를 비벼 김으로 싸 먹는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바로 이해되는 조합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완벽한 검은 종이를 닮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이 먼저 세계로 건너갔습니다.
김 한 장의 기준은 그렇게, 소리 없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