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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게 길을 묻다

6가지 질문

by 호두열매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지난달 명사 특강으로 애정하는 김근태도서관에

도종환 시인이 오셨다.

2시 강의 시작이었고, 마음은 12시에 두 딸들 점심 챙겨주고, 일찍 가서 차도 한잔 마시고, 책도 둘러보고 해야지 했다.

하지만 역시나 1시 55분에 도착했다. 토요일

이 정도면 부지런 떨었다 스스로 토닥며 강의를 들었다.


<시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인생에 던지는

6가지 질문과 그에 맞는 시와 함께 시인이 처음 떠올린 시상, 풍성한 이야기, 시낭독으로 이어졌다.

1) 시는 이것이 인생인가? 묻는다.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여유> 시로 질문이 시작된다.

'그것이 무슨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이 멈춰 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이 시간이 좋다. 시를 낭독하고 그걸 여러 사람이 함께 눈을 반짝이며 듣는 시간.

영혼이 느껴지는 시간. 절로 충만해진다.


2) 지금은 어떤 시간인가? 묻는다.

시인은 시간에 대한 시를 썼는데 2011년 <세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서는 인생의 시간을 하루의 시간에 비유해서 쓰고 2024년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은 불의가 득세하는 어둡고 혼탁한 사회 시간에 대해 썼다 했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에

-지혜 없는 용기

-절제 없는 언어

-영혼 없는 정치

-영성 없는 진보라는 4가지 키워드가 너무나 와닿았다. 용기, 절제, 언어, 영혼, 영성은 나를 돌아보고 이끌어 주는 단어이다.


3) 시는 너는 왜 거기 있는가? 묻는다.

시를 쓰면서 정치를 하게 된 계기와 국회의원이 되고 처음 출근한 날, 많은 축하 화환 속에 동료 시인이 보낸 근조 화환이야기와 <소금> 시를 낭독했다.

'이승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비린내 나는 세상을 끌어안고 버티는 일

버티다 녹아 없어지는 일'

부모로, 자식으로, 이웃으로, 나라는 인간으로 ,

내 직분을 잘 감당하고 있었나 잠시 생각했다.


4) 시는 메마른 영혼에 물을 주고 있는가? 묻는다.

비단 시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은 우리에게 늘 질문을 던진다.

너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이 더 가치 있는지?

무엇을 원하고 욕망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떠밀리고 자동화된 사고에서 진짜 밑바닥에 있는

동기가 무엇인지 묻는 거다.


5) 너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묻는다

이때 차 빼달라는 연락이 와서 듣지 못했다. 아까워라


6) 어디에서 위로를 받는가? 묻는다.

나는 그리기, 쓰기, 읽기에서 위로와 충만함을 얻는다.

살수록 인생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단순하고 명료해지도 한다.


시가 던지는 6가지 질문은

인생, 시간, 공간, 영혼, 사랑, 위로였고

요즘 나의 대답은 인생은 연결, 시간은 나눔, 공간은 연대, 영혼은 기도, 사랑은 인정, 위로는 예술이다.





한 줄 아름다움

내가 치는 음표는 다른 피아니스트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음표 사이의 정지, 바로 그곳에
예술이 존재한다.

-아르투르 슈나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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