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시

시는 사랑의 양식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오늘은 황인찬 시인이다.

시인은 2023년 김수영문학관 개관 10주년 때 열린 <그들의 시, 목소리 그리고 이야기> 시 낭독회에서 김현 시인, 유현아 시인, 이소연 시인과 함께 김수영의 시, 본인의 시, 읽고 싶은 시를 낭독했었다.

근사한 목소리에 큰 웃음소리와 유쾌함이 기억에 남았다.

쌍문채움도서관에서 열린 "문학예술을 만나다" 작가와의 만남에서 시인은 <사랑과 시:시를 통해 사랑 이해하기>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왜 예술작품에는 유독 사랑이야기가 많은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예술은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고,

그 속성은 사랑과 가깝다.

이는 멀리 있음에서 오는 아름다움.

가까이 닿을 수 없는 거리감에서 오는 슬픔, 소외, 고독, 갈망, 절망이 더 나아가서

'당신과 나는 다르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이다.

첫 번째 시는 김소월-<산유화>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국어시간에 밑줄 쳐가며 배운 느낌과는 다른 사랑의 쓴맛, 단맛, 중간맛과 그 도돌이표를 아는

지금 보는 <산유화>는 다른 시였다.

두 번째 시는 김춘수-<꽃>

세 번째 시는 황인숙-<꿈>

네 번째 시는 성미정-<사랑은 야채 같은 것>

다섯 번째 시는 이수명-<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시인 각자가 인식하는 사랑의 세계

그 다양성과 시대마다 달라지는 사랑에 대한 해석.

그저 멀리 있는 당신에게 닿고 싶은 순수함으로, 불가능성을 알지만 끝까지 손을 내미는 마음.

고정된 형태가 아닌 서로 관계 맺음에 따라 달라지는 사랑.

모든 걸 나누고 공유할 수 없음에서 오는 분리와 쪼개지는 사랑까지

시는 시인 스스로의 정체성을 알아가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여섯 번째 시는 백석-<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생각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중략)

겨울이라서 아니라 추워서가 아니라

내가 널 사랑함으로 내리는 눈

엘사의 마법이 아닌 '가난한 나'의 사랑으로 눈이 푹푹 내리는 것이다. 아름답다 아름다워!

여기서 눈을 감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일곱 번째 시는 김행숙-<숲 속의 키스>였다.

멀리 있은 것에 대한 왠지 모를 아련함과 아름다움.

슬픔에 깃들은 아름다움.

시는 각자의 방식으로 불가능한 사랑에 다가가고,

타인에 대해 더 나아가 비인간에 대한 사유가 이어지고 있다.

이 처럼 다채롭고 아름다운 시 세상에 뒤늦게나마 발을 담글 수 있어서 행복할 따름이다.

"그 시가 타인, 사랑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있는가?"

황인찬 시인이 알려준 시 읽기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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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아름다움

내가 빛이 되었다 상상하면
퍼지고 퍼져서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배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