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두열매 Oct 17. 2024

다낭 4회 차

남편의 해방일지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여보~ 잘 다녀와 내가 당신 통장으로 입금 좀 했어! 맛있는 거 사 먹으셔"

오늘 남편은 다낭으로 떠났다.


남편은 영상장비를  설치 및 대여해서 세미나, 학회, 집회, 다양한 행사를 한다.

주로 호텔이나 센터에서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업무가 끝나고 무대 세팅을 하게 되어  밤샘이 많고  업무시간이 불규칙하다. 영상, 조명, 음향팀이 모두 합을 맞춰야 하고, 고가의 장비에 전기선을 많이 이용하다 보니 안전에도 민감하다. 이 일을 20년이 넘게 하고 있으니 예민하고 완벽주의 성향은 날로 짙어져 갔다.

차 막히는 걸 싫어해 새벽 3시에도 눈이 떠지면 사무실로 간다. 행사는 주로 봄, 가을에 몰려 바쁠 때는 며칠 밤샘을 해야 하는 '마의 주간'도 있다.


그런 남편이 50을  바라보며 달라졌다. 이제는 쉬고 싶단다. 그럴 만하다.


코로나 시절 모든 행사가 멈추었을 때도 남편은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 4명의 직원 월급을 내주고 사무실 월세를 내며  시간을 버텼다. 원래 술을 좋아해 하루 한 병은 마셨는데  코로나 때는 병으로 늘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출근을 하고 또 마시고, 나는 가끔   새벽녘 자고 있는 남편 코에 손을 대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나 바람 좀 쐬러  갔다 올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있고 싶어" 했다.

거래처 동생이 일이 없을 때마다 매번 다낭에 가는데 물가도 서울보다 저렴하고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멍 때리기 좋다고 추천받았다고 했다.


 남편은 1회 차 다낭여행을 둘째 딸을  데리고 4월에 갔다. 둘째 딸이 쌀국수를 너무 좋아해서 말이다.

하지만 현지 쌀국수는 둘째 딸에게는 좀 강한 맛이었 반미가 맛있었다는 후기를 전했다.

딸과 둘이 간 첫 여행에서 양육의 고충을 느끼고 온 남편은 6월 2회 차 다낭여행을 감행했다.

나는 고이 보내 주었다.

그리고 8월 고모네와 처음으로 함께  여행을 갔다. 조카와 둘째 딸이 한 살 차이라 평소에도  잘 지내서 즐겁게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도 다낭이었다. 남편이 이미 2회 차 다녀와  현지 가이드 느낌으로 안내해 줘서 편안하게 다녀왔다. 남편은  60대에는 베트남에서  살고 싶다고 했는데 가보니 음식에 내 입에 딱 맞고, 날씨는 덥긴 했지만  추운 것보다는  나았고, 무엇보다  새벽 5시 걸어서 5분 거리인 미케해변에 일출을 보러 갔는데 글쎄, 동네 언니들이  삼삼 오오 나와 음악을 틀어 놓고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새벽 5시  해변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하는 아침 댄스라니... 나는 뒷줄에 서서 댄스에 합류했다.

댄스는 5~6시까지  열렸고 좀 더 오래 하는 언니들도 있었으나 6시쯤에는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그 시간에 이미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6시쯤엔 해변에 있는 수돗가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들 갔다.

주 5회 댄스를 다낭에서도 할 수 있다니! 그것도 일출을 바라보며

나도 다낭에서 1년은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4회 차 다낭으로 오늘 떠났다. 자기도 데려가라는 둘째 딸에게 아빠는 일하러 가는 거라며, 노트북과, 영화 두 편,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가지고 말이다.


"여보씨, 다낭에서 찐 해방을 느끼고 오구려~"





한 줄 토닥

나는 책을 읽듯이 너의 목소리를 읽는다.
읽은 데를 다시 읽고 또 읽는다.


                            ,                   -김혜순-



이전 24화 드르렁드르렁 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