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라 쓰고, 대기라 읽는다
8개월 만의 하선.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휴가는 3개월 반.
이 정도면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친구도 만나고, 자기 계발도 하며
정말 사람다운 시간 한번 가져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선원 휴가’라는 게 정말 내 시간이 맞을까요?
“야! 뱃놈아! 오랜만이다. 그래, 간만에 얼굴 좀 보자!”
기분 좋게 연락을 돌려봅니다. 약속도 잡아봅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비슷합니다.
“야야, 평일은 당연히 안 되지. 주말은... 이번 주, 다음 주는 선약 있어서... 그다음 주는 어때?”
평일은 길지만, 쓸모없는 시간입니다.
친구들은 주말밖에 시간이 안 나고, 난 주말까지 허탕입니다.
자기 계발이라도 해볼까 싶어 책을 펴 봅니다.
자격증 교재도 꺼내 봅니다.
그런데 손이 가지 않습니다.
8개월 동안 쌓인 피로가, 온몸을 눌러버립니다.
이건 휴가가 아니라, 재활입니다.
그렇다고 같이 놀아 줄 사람도 없으니, 그저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몇 주 뒤, 간신히 친구들과 시간이 맞았습니다.
“여행? 좋지. 근데 지금 예약하면 적어도 다음 달은 돼야 하지 않을까?”
...다음 달이라고요?
내 휴가는 3.5개월뿐인데, 친구들 만나는 데 3주, 여행 날짜 맞추는 데 또 한 달.
벌써 한 달 반이 흘러갑니다.
술자리에서 친구들은 말합니다.
“그래도 너는 돈은 잘 벌잖아. 부럽다 야.”
기분 탓일까요, 살짝 어깨가 올라갑니다.
괜히 기세를 부립니다.
“됐어, 인마. 니들이 뭔 돈이 있어. 내가 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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