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던 중, 사무실 안에서 기름 쩐내가 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그런 냄새가 날 일이 별로 없다 보니, 밖으로 나가 원인을 찾아보았다.
원인은 금세 밝혀졌는데, 슬러지를 증발시키고 있던 것이다.
슬러지, 그러니까 배에서 쓰고 남은 기름 찌꺼기들이다.
기름찌꺼기라고 해도 어쨌거나 기름이기에 태워버리는데, 슬러지 안에 섞인 물을 없애야 잘 타기 때문에 열을 가해 슬러지를 끓여버린다.
그렇게 물은 수증기가 되어 증발되지만, 아무래도 기름 속에 섞여있던 물이라 그런지 기름 냄새가 사방에 퍼지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렇게 배 전체로 퍼진 기름냄새.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빠지길 기다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금주도 슬러지와 비슷한 맥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음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음날 아침 주변에서 술냄새가 난다고 잔소리를 들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탈취제를 써 보고 사우나를 이용해 땀을 빼 보아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그 냄새.
그 냄새는 일차적으로 자신에게 나지만, 부차적으로는 다른 주변에 퍼지고, 또 피해를 주게 된다.
술을 마셨다면 냄새가 나는 것도, 주변에 피해를 주게 되는 것도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당연함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금주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이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며 살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금주를 시작하면, 술의 쩐내가 생활 깊숙이 남아있다. 꼭 냄새뿐만이 아니다. 생활방식, 사고습관, 그 외 모든 부분에서.
매일 저녁 준비하던 술안주.
분리수거통에 잔뜩 쌓여있는 술병.
반갑게 인사하는 술집 사장님.
모두 쩐내에 해당한다.
금주가 쉽지 않은 이유는, 처음에 이 쩐내가 남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수를 쓰더라도 쩐내는 사라지지 않는다.
유일하게 쩐내를 없애는 방법은 시간이 지나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대부분 쩐내가 영원히 빠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거나, 혹은 쩐내에 너무 익숙해져 다시 술을 마시곤 한다.
분명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쩐내는 빠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그냥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다.
술의 쩐내가 빠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