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웨딩에 고려할 것들

by 송대근


<노웨딩, 인생을 뒤집을 줄이야?!>를 게시한 지도 일 년 가까이 되어간다.


물론 실제 사건은 글을 쓰기 1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지만, 업로드 당시에도 많은 응원과 비판 관심을 받아 작가로서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최근, 알고리즘의 여파인지 모르겠지만, 기사나 주변 사례를 보면 노웨딩에 대한 인식이 늘어가고 있는 듯하다.


푸시알람으로 뜨는 노웨딩 관련 기사들


각종 뉴스기사에 노웨딩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것은 물론이고 내 브런치북의 조회수도 많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움직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짤막하게나마 노웨딩을 위한 경험담을 몇 자 다시 적어보려 한다.




노웨딩을 선택하는 원인은 대개 정해져 있다.


가치관의 변화다.


돈으로 주거수단을 선택하고 안정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된 대한민국. 돈이 생존수단이자 가치증명이 된 이상 기존의 결혼식의 의미전달이 힘들게 된 것이다.


이것은 순전히 나 개인의 인식을 현대인식과 비교한 것으로, 그저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1. 과시

과시는 1940년대생이나 2010년대 생이나 똑같이 느끼는 인간적 본능이다.

할머니를 모시며 살던 아버지 밑에 자라 늦둥이 동생까지 본 1990년대생인 나만이 느끼는 직관일지도 모른다.


할머니 생전엔 구찌, 샤넬, 몽클레어 같은 과시수단이 없었다. 대신 잔치가 있었다.


'잔치'


집안의 경사 때 자랑도 겸하면서 남들에게 베푸는 행위. 경제적으로 볼 땐 큰돈을 쓰면서 남들에게 주목받는 행위.

그렇다면 현대의 명품소비를 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자녀의 성혼은 부모인생에 돌잔치, 환갑을 넘는 대형 이벤트이다. 몇 년간 월급을 모아 명품을 사는 현대의 과시에 비하면 그 농축도의 가치가 다르다. 20~30년간 적금을 들어 명품을 산다면 요즘 청년들은 무엇으로 자랑을 할까?


확실한 건 5년짜리 적금도 힘들어서 해지하는 게 요즘의 속도의 시대다. 그들에게 수십 년의 전통적 속도과 농축된 기쁨을 이해해 달라 바라는 것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2. 생존

그렇다 쳐도 요즘 청년들은 살아남기에 너무 팍팍하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 한다. 이것은 막연히 좋은 뉴스가 아니라, 한국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단 의미이기도 하다.


전교 300명인 학교에서 200등 언저리 하던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서 기적적으로 10등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10등에서 1등으로 올라가는 데는 상상할 수 없는 노력과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학생 본인도 똑똑해야겠지만 부모의 지원도 빵빵해야 한다.

대한민국이란 부모가 품은 국민이란 자녀가 그런 상태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갓 독립을 준비하는 자녀 입장에서는 수천만 원을 써버리는 결혼식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본인만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되는 시대가 아니다.

부모가 상속을 밀어줘야만 더 올라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3. 축의금 회수

결혼식에서 제일 등장하면 안 되는 단어다. 또한 노웨딩을 결심한 커플이 있다면 이 역시 생각해서는 안된다.

축의금은 과거의 결혼문화의 한 부분이었다. 부모님들도 수많은 축의금을 돌렸고 결혼주체자인 자녀 역시 일부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잔칫상을 얻어먹은 값이었을 뿐이다. 흔히 뷔페값은 넘게 축의 해야 매너라는 관념. 그것이 본인들이 먼 길을 찾아가 축하한 고귀한 행동을 한낱 각설이의 '동냥'으로 추락시키는 정의다.


당신의 축하를 값을 매길 수 없는 숭고한 축하로 정의할지, 5만 원짜리 동냥으로 정의할지는, 당신이 얼마나 축의금 회수에 목매느냐로 결정된다.




나도 노웨딩을 했지만, 브런치북에서 드러나듯 그다지 완곡하고 좋은 선택을 하진 못했다.


하지만 관심이 높아진 지금, 내 뒤에 노웨딩을 결정하는 새로운 부부들이라면 나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로 몇 자 짧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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