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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결혼할 생각이 없는 앤 거 같다.

by 송대근
“쟤는 결혼할 생각이 없는 앤 거 같다.”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와 서로의 집을 오가던 즈음, 아버지가 나에게 하신 말씀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집에 어른이 있는데 인사도 하러 안 들어오잖아.”




그날의 상황.


여자친구와 우리 집 근처로 나들이를 나갔다가, 돗자리를 가지러 잠깐 집에 들렀다.

우리 집에는 사나운 개가 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겐 유독 민감하고 크게 짖는다.

게다가 여자친구는 아토피가 있어 동물 털에 예민한 편이다.

그러한 상황에 나는 여자친구를 집 앞에 잠깐 세워두고, 나 홀로 집에 들어가 돗자리를 가지고 나오려 했다.

게다가 그 시간은 부모님이 모두 출근하시고 집에는 아무도 없는 시간대였다.


그. 런. 데

무심코 문을 열었을 때, 개가 튀어나오는 것까지는 예상했는데.

방 안에서 아버지도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어? 계셨어요?”

“어, 일찍 왔냐?”

“잠깐 돗자리 가지러 왔어요.”

“여자친구는?”

“밖에 있어요.”


그날 우리 가족은 여자친구와 함께 저녁식사를 약속했지만, 아직 방문할 시간은 아니었다.

손님이 약속시간보다 훨씬 이르게 불쑥 찾아오는 것도 곤란한 상황 아닌가?

물론 나는 돗자리만 가지고 바로 나가야 했기 때문에, 복잡한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렇게 여자친구와 나들이를 마치고, 약속된 시간에 저녁식사를 하러 집에 갔다.

우리 집안은 술을 좋아하기에 술과 숭어회를 사 가지고 식사를 했다. 저녁값은 여자친구가 냈다.


주로 대화 내용은 결혼을 앞두고, 나를 술을 너무 못 마시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너무 많이 마시니 절제할 수 있도록 해라. 이런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생각해 보니 여자친구의 가정상황, 성장환경, 직장상황 같은 걸 묻진 않았다. 상대를 이해하려면 깊이 있는 대화가 더 필요할 거라 생각되었지만 부모님은 대개 술 얘기만 했다. 지금은 그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 뭐, 묻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하루 밤을 재우고 아침 일찍 여자친구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 직후에,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쟤는 결혼할 생각이 없는 앤 거 같다.”




나는 아버지의 말씀에 제법 놀랐지만, 바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때 집에 계실 줄도 몰랐고... 개도 짖고, 아토피도 있고... 약속 시간도 아니어서...”

“그래도... 나중에라도 어른이 있는 줄 알았으면 인사를 하러 와야지.”

"어차피 저녁시간에 또 방문할 거였잖아요."

"음..."


말이 길어지자 아버지는 나의 대답을 변명으로 들으시는 것 같았다.

물론 논리로 가족관계와 사람의 아쉬움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상황 설명을 모두 들으신 아버지는 아무런 대답이 없으셨다.

'...이해, 하신 거겠지?'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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