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oA Jan 17. 2020

이브

나는 내일 죽는다

나는 내일 죽는다

사람들은 나를 사랑한다

하지만 자정이 지나도 내가 죽지 않는다면

나는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24시간이 지나도 내가 떠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여전히 내가 오기를 기다릴까

 

어느 시인은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라고 밝혔지만

모든 죽어가는 것들에게

이 사랑은 어쩐지 달갑지 않다


아, 나는 죽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일까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24시간 후면 죽어버릴 나를 위해 준비한

형형색색 장식과 전구로 꾸민 트리

화려한 포장에 고이 담은 미사여구

 

죽음을 앞둘수록 사랑받는다는 비겁한 사실 앞에서

이브와 인간은 다를 바가 없다

밤이 깊을수록 사람들은 뜨겁게 사랑했고

동시에 죽음 쪽으로 한 걸음 솔직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기반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