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아들아, 꽃을 꺾지 말거라.
하지만 엄마, 내 몸에서도 꽃 향기가 나는 걸요.
그건 섬유 유연제 냄새란다.
회색깔 세탁기 위에 놓여있던 연보라색 종이갑.
필요할 때 하나씩 톡, 톡.
더 부드럽게, 더 향기롭게.
그러면 엄마, 나는 이걸 엄마 냄새라고 부를래요.
벅벅 때를 밀어도 지워지지 않는 퍼렁꽃.
나는 그걸 사랑이라 믿었었지.
그런데 엄마, 향기는 붙잡을 수 없는 거야?
엄마도 똑같아. 떠난다는 말도 없이 도망가 버렸잖아.
보고 싶어, 엄마. 그래서 꽃을 꺾었어.
아스팔트 사이에 혼자 피어있던 아이야.
궁금하잖아, 내가 꽃을 사랑하는 만큼
그 꽃도 나를 사랑하는지.
잎을 뜯었어. 사랑한다. 이건 홀이야.
잎을 뜯었어. 사랑하지 않는다. 이건 짝이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거 봐, 당신도 나를 사랑하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 화를 내는 거야.
내가 꽃을 꺾어서? 함부로 잎을 뜯어서?
짝!
너도 네 아빠랑 똑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