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
해당 글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택시운전사가 있다. 딸 아이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허구한 날 길을 막고 시위하는 대학생들이 곱게 보일리가 없다.
시위 하려고 대학갔나? 대학생이 공부는 안하고 데모질이나 하고 말야.
사우디 가서 고생 좀 하다 와야 지금이 편한 줄 알지.
그런 그에게 거액의 돈을 약속하는 손님이 등장한다. 파란 눈의 외국인. 그의 목적지는 광주다. 밀린 사글세 걱정에 잠 못 이루던 택시운전사가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택시는 광주로 향한다.
만나는 인물들은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 움직인다.
열정 넘치는 대학생, 정 많은 주민들, 그리고 그들을 폭행·사격하는 계엄군.
서울택시를 모는 택시운전사와 거기에 탄 외국인.
두 이방인은 점차 1980년의 광주와 동화된다.
잠시 방황하다가도 이내 함께 싸우고 진실을 밝혀 낸다.
영화는 우리가 익히 짐작할 만한 것들을 익히 보아온 연출로 표현한다.
적당한 신파와 적당한 서스펜스, 적당한 액션.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
다만 1980년의 광주 앞에서,
이러한 '적당함'은 어딘가 부끄러운 구석을 남긴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소재를 용기있게 가져 온 감독은,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에 대한 치열한 탁마보다, 실패하지 않는 영화를 위한 사사로운 절충에 집중하는 인상을 준다.
그렇게 광주를 에둘러 빠져나온 택시는 말한다.
'손님, 미터기를 안 눌렀으니 내가 돈은 받지 않을게. 광주는 다음에 손님이 직접 가 봐.'
반성과 추궁, 분노는 택시에서 내린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