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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A Dec 22. 2017

잃는 건 쉽고, 잊는 건 어렵다

영화 <고스트 스토리>

 해당 글은 영화 <고스트 스토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했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잃어버린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도, 영원할 것만 같았던 목숨도.


영화 <고스트 스토리>는 그 모든 잃어버림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그건 마치 오래된 가구를 버리는 일과 같다고 말하듯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도, 추억 깃든 집의 철거도 


불현듯 찾아와 무심하게 흘러간다.



사람들은 어렵게 잊어버린다.


앞에서의 허망한 잃어버림을 후회하고 자책하며


떠난 이는 유령이 되고, 남겨진 이는 서럽게 밥을 삼킨다.


하지만 무너진 건물의 잔해 위에서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과거 또는 미래 앞에서


천쪼가리 안에 감춰진 미련의 실체 또한 어느새 희미해진다.



우리는 가늠하지 못한다.


입 밖으로 뱉지 못한 언어들의 주인을,


의미를 잃고 모습을 감춘 유령들의 행방을.


존재하지만 증명할 수 없는 것들 앞에서


언제나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우리.


미련한 우리는 언제나 미련을 품고 산다.


 잃는 건 언제나 쉽고,

잊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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