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우 Feb 24. 2016

필리버스터

10시간째 단상에 매달려

뼈저린 한 마디 한 마디를

눈물처럼 뚝뚝 흘리고 있는

국회의원을 보며 생각한다.


‘무언가를 위해 저렇게 말해 본 적이 있던가?’


먹고사는 일을 위해

고작 20분짜리 PT를 하면서도

다리가 떨리고 허리가 아프고

목소리가 가늘어지지 않았던가?


그 달콤한 연애를 하면서도

사랑하는 상대방을 위해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고

내 마음을 고백한 일이 있었던가?


나는 평생 동안

나의 목소리를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아껴 쓰며 살아 왔다.


그런 나에게 저 위의 단상은

잊혀진 양심만큼이나 거리가 멀다.

그 먼 거리를 달려온 한 마디가

가슴에 박히는 충격이 크다.


그런데 사람들은

발언한 시간의 기록을 따진다.

화장실을 참은 것이 더 궁금하다.

불순한 의도가 담긴 짓이라며 삿대질한다.


이것은 정말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 아닌가?

매거진의 이전글 쥐불놀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