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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Jun 14. 2016

어항을 꾸미면서

마트에서 사 온 열대어 어항을 꾸미면서

여인을 사랑하듯 온 정성을 바친다.

성능 좋고 조용한 여과기를 설치하고

가만 둬도 잘 자라는 수초를 심는다.

열대어와 수초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바닥재를 깔고

수초가 잘 자랄 만큼의 광량을 가진 조명을 매단다.

하지만 이 완벽한 어항 속에서

시든 꽃잎처럼 떠다니는 열대어들.

어항은 나의 욕망이 견고하게 쌓아올린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감옥이었음이 밝혀졌다.

애초에 가두지 말았어야 사랑인 것을

몸부림치는 열대어의 지느러미를 보며 깨닫는다.


내 욕심에 갇힌 너를 이제 놓아 준다.

네가 있어야 할 세상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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