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사 온 열대어 어항을 꾸미면서
여인을 사랑하듯 온 정성을 바친다.
성능 좋고 조용한 여과기를 설치하고
가만 둬도 잘 자라는 수초를 심는다.
열대어와 수초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바닥재를 깔고
수초가 잘 자랄 만큼의 광량을 가진 조명을 매단다.
하지만 이 완벽한 어항 속에서
시든 꽃잎처럼 떠다니는 열대어들.
어항은 나의 욕망이 견고하게 쌓아올린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감옥이었음이 밝혀졌다.
애초에 가두지 말았어야 사랑인 것을
몸부림치는 열대어의 지느러미를 보며 깨닫는다.
내 욕심에 갇힌 너를 이제 놓아 준다.
네가 있어야 할 세상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