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6단지 아파트 경비원들은
낙엽을 치우는 일에 총동원되었다.
바람 불고 비가 내려 잎들이 떨어질 때마다
한숨이 가슴속 긁는 소리의 대빗자루로
스윽 치익 낙엽을 쓸고 모아 자루에 담는다.
앞 동 경비원 김씨는
여름이 끝날 무렵 일을 그만뒀다고 한다.
사람들은 낙엽 치울 일이 겁이 나서 그랬을 거라 했다.
치우고 나면 또 쏟아지고
쓸려고 하면 바닥에 납작 붙은 시간의 껍질들.
날마다 꼬리 무는 고민들을
치우고 지우는 일로 하루가 기우는 나는
경비원 김씨처럼 그만둘 방법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때마다
빗자루 끝처럼 단단해진 일상의 촉수를 세워
스윽 치익 소리의 기합을 넣으며
성숙의 딱지들을 떼어 내고 털어 낸다.
피로감에 허리 펴고 고개 젖히니
고름같이 노오란 은행잎이 한가득.
묵혀 둔 저 번민들을 치우고 나면
새학기 빈 책가방 같은 겨울이 오겠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