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낙엽, 악착같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붙어
쓸어도 쓸리지 않는 끈끈한 의지를
홀로 칭찬하며 쓸쓸해진다.
이렇게
낙엽의 사투(死鬪)에 주목할 때
이 가을은
결국엔 사라지고 마는 것들의 무덤이다.
마른 낙엽, 간절하게
눈물로 흠뻑 적셔
품은
땅바닥의 너른 가슴과 뜨거운 사랑은
낙엽의 눈시울까지 붉게 물들인다.
이렇게
대지의 구원에 주목할 때
이 가을은
마침내 죽어 가는 것들까지 소생시키는 생명이다.
수많은 가을을 보내고
살아남은 나.
피땀을 길어 올려
이 순간도 나를 붙잡는
누군가의 덕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