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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생일을 축하해.

마지막 한자리 숫자 나이를 맞이하다.

셋째이자 큰 아들인 예성이가 5월 11일 만 9세 생일을 맞이했다. 4월 말부터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더니 5월 들어서는 매일매일 자신의 생일이 며칠 남았는지 확인하는 게 하루의 첫 시작이었다.


마침내 찾아온 대망의 9살 생일!

뭐가 그리 신났는지 생일이 된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하는 아들을 보고 있으니 내 얼굴에도 절로 미소가 걸린다.


9살. 한자리 숫자의 끝. 내년이면 이 아이도 나이가 두 자리 숫자로 들어선다. 

아이의 나이가 높아진다는 것은 아이가 점점 독립적으로 되어 간다는 다른 말인 듯하다.


자기주장과 생각이 강해지고, 배움의 깊이가 더해 갈수록 자신이 가진 지식이 옳다고 믿는 아이들.

엄마, 아빠 말은 어느새 틀렸다 하고 학교에서 선생님이 해 주시는 말씀이 더 전문적이고 옳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그렇게 커가면서 자신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성장하는 아이들.


이제 곧 만 13세와 만 11세가 될 딸들은 질풍노도의 사춘기라고 하기엔 그럭저럭 잔잔한 파도가 가끔 일렁이는 파도로 급변하는 것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고, 누나들 덕에 빨리 커가는 첫째 아들은 질풍노도의 시기가 조금 더 빨리 오는 기분으로 반항아가 되어간다.


요즈음에는 세 아이의 말대답을 들으며 참을 인자를 새기다가 폭발을 하는 하루하루를 반복하는 기분이다.


별거 없는 생일, 어제와 똑같고 내일과 똑같을 날인 생일을 생일이라는 이유로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나도 은근 마음이 설레는 하루였다.


매년 생일이 되면 케이크를 앞에 두고 가족이 둘러앉는다.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해 주셨던 것과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가족이 제법 많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매년 불러주는 생일 축하 노래는 어느 가정보다 풍성하듯 하다.


축하 노래가 끝나면 내 부모님이 날 위해, 내 동생을 위해 그리하셨 듯, 나는 기도를 한다. 내가 자랐던 우리 부모님의 가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빠의 기도가 아닌 엄마의 기도가 대신한다는 것이다.


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위해 감사의 기도를 소리 크게 올리는 것, 축복의 기도를 직접 들려주며 할 수 있는 것. 매년 생일을 맞이하며 받는 감사와 축복의 기도라니~~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귀한 시간임을 우리 아이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가슴 벅차게 만 9년 전 이 아이를 품에 안기 위해 고통을 감내했던 나의 시간을 돌아본다. 다 잊힌 고통이고, 기억이 가물하지만, 얼마나 힘들었는지 왜 기억이 안 나겠는가? 눈물 나게 아파서 낳은 아이를 품에 안던 그 순간의 기쁨 또한 희미해져 가건만, 생일이면 다시 새록새록 가슴 뜨겁게 사랑이 샘 쏟는다.


일 년 중 4번, 우리 아이들 생일에는 무조건 외식을 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생일이라고 먹고 싶은 거 해주고 사주고 했던 시간이 있었다.

근데 왠지 나만 억울한 이 기분은 뭘까?

10개월간 뱃속에 넣고 다니면서 힘들게 고생한 것도 나,

낳느라 아픈 것도 나,

후산 통으아프면서

젖을 물리고 젖을 먹이며 고통받던 것도 다 난데, 이젠 생일이라고 내가 밥까지 해 먹이다 보니 슬슬 화가 났다.


그래서 생일날 만은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사 먹이기로 했다. 힘들었던 엄마도 편하게 밥 먹고 싶어서... 외식하면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그 날은 돈을 쓴다.


코로나 때문에 예성이가 원하는 순두부찌개를 테이크 아웃 주문을 하고, 근처 한국인이 하시는 빵집에 가서 케이크를 골랐다.


아이들을 다 데리고 외출하기가 부담스러워 주인공인 예성이랑 단둘이 나갔다.

양손에 여섯 식구 먹을 저녁을 들어야 하니 케이크는 주인공인 예성이 손에 맡겼는데, 저녁에 풀어보니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엉망이 되어있다.


역시 아직은 어리구나 싶은 아이.

그래도 남이 아닌 자기 실수 덕에 케이크가 망가져서 그런지 "울보 아들"이 그 순간만큼은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생일선물로 원했던 게임은 아빠가 세일할 때 미리 전해줬으니 선물은 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나들은 언제나 스위트하다.

예성이 선물이라고 편지에 $5불 지폐를 붙여서 선물로 전해준다.


큰 딸이 며칠 전에 준비해서 엄마, 아빠한테까지 축하 메시지를 써 달라고 했던 우리 아들의 축하 카드!

그렇게 누나한테 받은 카드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아들은 이 날 하루 종일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축하한다 우리 아들~

딸 둘만 키우던 엄마에게 첫아들로 찾아와 아들 키우는 즐거움 또한 느끼게 해 준 우리 아들!

나쁜 것만 아니라면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너의 꿈을, 너의 계획을, 너의 소망을, 너의 길을 축복하며 기도하고 응원할 거야. 크면서 세상 속에서 살더라도, 신앙인으로 진실되게 살아가는 아들이 되기를 기도할게!


건강하길.. 세상의 지식이 우선이 아닌 주님의 지혜를 구하는 아들이 되길~ 앞으로의 1년도 잘 부탁한다.

사랑한다. 아들


나의 보물.내 인생의 보물들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케이크도 아랑곳 않고 그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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