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탁한 하늘이 슬픈 요즘

미국의 화재가 심각합니다.

어젯밤 뉴스를 보는 신랑의 어깨너머로 본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빨간 동그라미로 띠를 이룬 지도였다.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진 곳이 현재 화재가 난 지역이라 한다. 그 동그라미는 해안선을 따라 도미노처럼 연결되어 있었고, 시애틀 워싱턴도 그 동그라미에 포함되어 있었다.


새벽 찬 공기를 끌어안고 출근하는 새벽 5시,

새벽의 서늘한 공기에 잠바를 여미며 들어선 직장에서 퇴근하는 오후 1시.

뜨거운 햇살과 열기가 땅에서 이글이글 거리며 올라온다.


하루 안에 바뀌는 일교차라 하기에 너무나 큰 변화무쌍한 기온에 놀랐던 게 며칠 전인 듯한데, 이제는 밤에도 후끈하고 하늘이 탁해졌다.


바로 코 옆에 있는 아파트 건물이 하얀 연기에 외관이 뿌옇게 보인다.

해가 지며 주는 선물인 노을조차 연기에 의해 그 맑은 색이 퇴색되어 버렸다.

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도 탁하고, 파랗게 맑았던 하늘은 사라지고 머리 위에 보이는 파란 하늘은 한 꺼풀 무언가에 덮인 뿌연 하늘이다.

내가 좋아하는 맑은 하늘은 연기에 의해 그 색을 잃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산불은 바람을 타고 캐나다의 하늘까지 삼켜버리고 있다. 가을의 맑은 공기는 사라지고 탁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리고 숨을 쉴 때마다 목이 까슬까슬한 기분이다.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넘어올 때마다 느꼈을 한국 사람들의 기분이 이랬을까?

답답한 마음에 살짝 턱에 걸쳤던 마스크로 다시 입과 코를 가리고 숨을 들이신다.


이미 까슬해진 목구멍은 다시 덮어쓴 '마스크가 무슨 소용이냐'는 듯이 날 괴롭힌다.


누군가의 욕심으로 시작된 산불은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불태우며 살아갈 곳을 잃게 만들었다. 건조해진 날씨와 부는 바람으로 한없이 퍼져나가는 불씨는 어느새 지도에 도미노를 세우듯 그 방향을 한없이 넓히고 있다.


3년 전, 캐나다에서 큰 산불이 났을 때, 마주했던 하늘과 똑같은 하늘을 보며 슬픔에 잠겨 버리고 말았다.


사람의 욕심으로 자연을 아프게 하자..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답하는 중인 듯하다.


갈 곳을 잃은 걸까? 며칠 전부터 나방들이 어디서 모였는지 사방에 널렸다. 이 아이들도 산불의 피해자인가 보다.

집으로 가는 길, 목을 까슬이는 탁한 공기 때문인지, 이 길의 끝이 너무 멀어보이기만 했다.



작가의 이전글 먹고살기 위해 운동해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