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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기적인 엄마다.

미안 얘들아~ 엄마 하루만이라도 탈출하자.

포털 사이트를 뒤 적 뒤적이다가 보인 제목이었다.

"이기적인 엄마로 살아가기"

궁금해졌다. 이기적인 엄마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내용을 읽기 전에 아주 잠시 돌아본 나의 모습은

좀 이기적인 듯하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이기적인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그 글을 다 읽고 났지만 잘 모르겠다. 이 글에서 말하는 이기적인 엄마의 모습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완벽주의자 인지 모르고 살아간다"는 말에는 100프로 동감했다. 바로 내 모습이었으니까..


6년 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엄마로서만 살아온 나의 생활에 직장맘이라는 타이틀을 더하고 그 모든 것을 다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의 모습이 생각났다.


모든 걸 내려놓고 대충 살기 시작하니 마음은 가벼워지고 삶의 무게가 덜 부담스러워는 걸 경험했기에, 지금의 모습을 한 이기적인 엄마가 된 나를 선택한 듯하다.


난 이기적일까? 그 질문에 내 주관적인 관점을 더해서 "네"라고 답하고 싶다. 나는 내가 원하는 맛난 것도 먹어야 하고, 내가 원하는 공부도 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내가 못하는 것들은 남편에게 미루었고, 아이들에게 던져주었다.


2020년 12월 31일 끝으로, 일을 다 그만두었다. 몸이 안 좋아진 탓도 있지만, 1월부터 시작할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달 반을 집에서 공부만 하는 학생이자 엄마로 살아봤다. 평일은 매일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복습과 미리 보기 등을 한다고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즐겁겠구나 싶었는데, 주말마다 우리는 전쟁이다.


좁은 공간에 6명이 복작복작 거리며 줄기차게 싸운다. 왜 주말이 더 힘든 건지.. 토요일은 책 한 페이지 읽어볼 여유가 없는 이상한 주말이 되어버렸다.

그럴 차에 12월까지 일했던 스파에서 리셉션으로 토요일만 일해줄 수 있겠냐는 오퍼가 들어왔다.


고민하는 척! 했지만 속으로 이게 웬 떡이냐 얼씨구나 신이 났다. 무언가 토요일마다 "합리적으로" 집을 떠날 수 있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저녁에 아이들이 다 자러 들어간 후, 조심스럽게 신랑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토요일마다 일을 가고 싶다고...

만 6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직장을 못 찾고 집에 있는 신랑은... 그래... 미안해서라도 나한테 쉽게 "그래"라는 대답을 못할 거다.


그래서 후렴구를 붙인다. "한 달 반 동안 집에 있었더니, 너무 힘들어. 나도 아이들 없는 시간이 필요하네. 토요일 나가서 일하면 아이들한테 하루 시달리지 않고, 돈도 벌고 좋을 거 같아."


"알아서 하셔" 툭 내뱉는 그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진다. 앗싸! 일주일에 하루지만 수입이 생긴다는 생각에 기분이 더 좋아진다.


2021년 2월 20일 마침내 다시 일을 하러 아침에 집을 나섰다. 이제는 다 커버렸는데도, "엄마 어디가? 엄마 언제 와?" 아이들 넷이 쏟아내는 질문을 뒤통수에 새기며 집을 나섰다.


사진 찍는걸 좋아하지 않아, 쑥쓰럽네요. 코로나 덕에 마스크 쓰고 일합니다. 그래서 용기내봅니다. 처음으로 얼굴 공개하며 인사드립니다.

좋다. 문을 열고 들어선 스파가 참 기분 좋다.. 오랜만에 일하러 오니 기분마저 상쾌하다.

반갑게 같이 일하는 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약속 시간에 들어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전화 응대를 하는 목소리마저 한껏 들뜨고 기분 좋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해 봤다. 나는 집에만 있으면 병이 들겠구나 싶다.

하루 종일 영어만 쓰면서 일해야 한다 해도, 나는 일을 해야겠다. 일을 통해 힘을 받는 내 모습을 보니 난 이렇게 내가 즐기며 할 수 있는 하며 살아야겠구나 싶다.


안타깝게도, 그 즐기며 할 수 있는 일 중에, 집안일과 육아가 100프로를 차지하는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할 뿐이다.


설거지를 해주는 신랑의 뒷모습이 감사하고, 빨래를 해야 한다며, 주섬주섬 빨래를 챙기는 큰 딸의 모습도 감사하다. 그리고 밤에 지쳐서 꼬박 졸고 있는 나를 지켜주며 자기 전 뽀뽀를 꼭 남기고 자러 들어가는 아이들에게도 감사하다.


내 이기적인 욕심을 인정해주고, 그에 맞게끔 각자의 위치를 지켜주고 있는 가족들이 있어서 나는 계속 이기적인 엄마로 살아갈 수 있을 듯 하다.


아이들이 커서 나를 이기적인 엄마가 아닌, 조금 더 잘 살아보고자 열심히 노력했던 엄마로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 담아서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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