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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3일 눈이 내려요

밤새 내린 눈이 소복이 쌓여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브런치로 소통을 하게 된 작가님 중에 한 분이 눈 내리는 산을 등산하며 써 내려가신 글을 읽었다.

 그 글을 읽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작가님의 흥분이 전해져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뛰는 설렘을 느꼈는데, 그 기분이 고스란히 다시 떠오르는 하루를 맞이했다.


자는 동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정말 하얗게 물들어 있는 모습을 아침에 일어나 두 눈에 담았다.


현실에 치여 눈만 내리면 입부터 불쑥 나오던 나이기에 눈을 보며 느끼는 이 설렘이 참 오랜만이라 어색하다.


운전을 하면서도 겁부터 나기보다는 설레는 이 감정이라니.. 운전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두 눈에 쏙쏙 박혀오는 바람에 점심을 먹자마자 옷을 껴입고 집을 나섰다.


눈이 밟히는 뽀드득 소리를 귀에 담으며 내딛는 발걸음마다 새로 펼쳐지는 하얀 세상을 눈에 담고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집을 나서자 눈앞에 펼쳐진 하얀 세상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은 하얀 도화지 같아 나도 모르게 개구쟁이가 되어 그 하얀 종이 위에 낙서를 하듯 내 발자국을 꾹꾹 찍어보았다.

그저 하얀 너무 깨끗한 도화지 같은 눈이 너무 예쁘다.

집 앞에 나 있는 산책로를 걷다가 공원으로 들어서 본다.

공원은 길의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나무터널을 지나가는 기분이다.
마주친 행인과 인사하며 걷다가 다시 돌아왔다. 멀리 보이는 뒷모습이 너무 이뻐 허락없이 사진에 담아보았다  
지나가는 모든 곳에 눈 쌓인 나무들이다. 캐나다의 자연은 나무들이 빠질 수 없다. 키 큰 나무들 하늘을 찌른다.
녹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숨은 그림 찾기하듯 나무들 사이로 집들이 나타난다.

작가님의 등산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면, 이 눈 쌓인 세상의 아름다움이 오늘처럼 큰 설렘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듯싶다. 딱 타이밍에 맞게 읽은 글 한편이 나의 오늘 하루를 바꿔준 기분이 든다.


고맙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오늘 하루는 엄마로서 느끼는 세상이 아닌 오롯이 저라는 사람으로 설렘을 가득 담아 세상을 느껴보는 하루를 담았네요.


밖에서 아이들이 눈을 갖고 노는 중이다. 분명 흠뻑 젖어 들어와서는 빨랫감을 또 잔뜩 선물하겠지만, 오늘은 그 조차도 조금 더 여유로움을 갖고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다.

셋째 아이가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사람 참 잘 만들었네 라며 오늘은 무한한 칭찬이 절로 나오는 좋은 날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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