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적으로 "Sexual education"이라는 제목은 아니지만, "Puberty", 사춘기, 성숙기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사람의 신체가 성장하며 일어나는 몸의 변화와 감정, 그리고 사회적인 변화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성교육이 되는 거다.
이 교육이 시작되기 몇 주 전부터, 아들의 행동에 변화가 있는 것을 감지했다. 책을 보다가 자꾸 밑으로 손이 향하는 행동이 눈에 띄어서 관찰해보니 손장난을 하고 있었던 거다.
소파에 앉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행동을 보고 있다가, 지나가는 말로 툭 하니 던져 물었던 적이 있다.
"너 뭐해? 왜 자꾸 만지니?"
그 질문에 대한 아이의 대답은 정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진심이었다.
"기분이 좋아."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억누르며, 나름 진지한 말투와 표정으로 아이에게 말했다.
"너 그거.. 진짜 개인적인 거야. 나쁜 행동은 아니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이 있는데서 하면 안 돼. 방에서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해"
이렇게 말하고 며칠이 지나 아들 방을 지나가는데, 혼자 침대에 앉아 책을 보면서 또 손장난 중이다.
"야. 아들, 나쁜 건 아닌데, 자꾸 만지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뛰어놀아."
이렇게 말하고 난, 며칠 뒤에 온 선생님의 문자가 세상 반갑기만 하다. 어린 아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쿨한 엄마로 말했지만, 민망함이 솟아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세대는 성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슬슬 떠오르던시기에 걸린 세대 었다. 중요하지만 교육적인 것이 확실히 잡혀 있지 않던 과도기에 겪었던 성교육은 그다지 마음에 남아있질 않다. 게다가, 아빠인 남편은, 나보다 더 힘들어한다. 아들의 행동에 대해 알려주고 이야기 좀 해보라 했더니, 민망함에 그저 말없이 피하기만 하는 남편이 도움이 안 된다.
그런 우리에게 선생님의 문자는 "희망과 절실한 도움"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으리라.
선생님께 다음날, 아이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드리고, "자위"에 대한 교육과 올바른 접근에 대해 함께 교육을 드릴 것을 부탁드렸다.
선생님이 정보를 공유해주어 고맙다고, 그 부분까지 교육을 해 준다는 것을 확인해 주셨다.
아들은 교육을 받고 왔다. 남자와 여자의 신체 변화 그리고 그들의 다른 몸.. 아기는 어떻게 생기고 어디로 태어나는지. 아기가 생기기 위해 필요한 절차까지(실제적 행위가 아닌 아기가 생기기 위한 필요조건-표현하기 애매하지만 아이의 표현에 따르면 그 과정을 이해했다)
배우고 온 아들은 그 정보를 나에게 알려주며 엄마와 서슴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는 적나라한 신체의 모습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생전 한번, 자세히 볼 수 없었던 남녀의 아주 생생한 신체의 모습을 학교에서 보고 와서는 너무 이상하게 생겼다는 감상평을 말해주었다.
잔소리쟁이 엄마는 그걸 또 가만히 못 듣고 있어서 아이에게 잔소리를 해 댄다.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이 보기 좋으셨다고 기뻐하신 사람의 몸을 이상하다고 말하지 마"라는 나의 잔소리가 얼마나 먹혔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 크면 그런 생각이 바뀌겠지 기대해 본다.
그리고 "자위"를 하던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것도 배워와서는 엄마와 똑같이 선생님이 개인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며칠 전 아침, 아들이 포장이 열려서 구멍이 나버린 탐폰을 들고 왔다.
"엄마, 이거 이렇게 포장이 열러서 엄마가 쓰면 안 될 거 같아. 이거 지저분 해졌으니까 내가 버릴게"
헐... 우리 아들이 달라졌어요. 이런 세심한 배려라니.
그리곤 "엄마 생리 컵을 써봤어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 하... 하... 아들아 ~~ '
바쁠 때마다 생리 컵에 대해 물어봐서 아직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아들에게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기로 약속을 했다.
아무래도 우리 아들은 크면 엄마를 위해 생리용품을 사다 주는 자상한 아들이 될 거 같다.
호기심 천국인 이 아이는 이런 소재의 난감함을 이해 못해서 그런지, 엄마에게 질문들을 너무 편하게 날려댄다.
매번 날아오는 질문들이 너무 버겁지만, 학교를 통해 전해진 성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이 아이의 모습인 거 같다..
4학년 아직 어린 나이 같지만, 이해하는 그 모습, 그리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질문에서 나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아이와의 시선을 마주하는 엄마가 되어가는 중이다.
내가 먼저 시작할 수 없는 이 교육의 문을 열어 준 학교에 감사하다. 사실, 우리 두 딸들도 비슷한 시기에 성교육을 받았는데, 딸들이라 그런지 이렇게 과감하게 다가오진 않았었다.
아들의 과감한 호기심과 질문들에 최선을 다해 대답을 해주는 엄마가 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어렵구나 싶다.
아이들 중에는 이른 시기에 이런 성적인 즐거움을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린이 집에서 어린아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의자에 비벼대고 있다는 모습을 본다는 친구(어린이 집 선생님을 하고 있다)의 말을 보면 본능에서 나온다는 느낌이 든다.
둘째 아이도 빠른 아이 중 하나 었다. 큰 아이에게서 못 보던 행동으로 인해 나는 참 많이 당황했고, 그런 모습을 학교 선생님이 알아보시고 나에게 개인 면담을 신청한 일이 있었다. 둘째가 막 1학년이 되고 나서었다.
상담 전문가가 학교로 왔고 아이와 만나 개인적인 상담을 해 주었다. 1학년.. 만 6살의 어린 나이의 아이에게 그림을 통해 사람의 신체적인 부분 중 남이 절대 만지게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을 알려주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들을 아이에게 아이의 눈으로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그때 당시 상담을 해 주셨던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스스럼없이 신체적 부위를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를 하는 아이들이 더 높은 비율로 성범죄의 표적이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출된 공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장소에서 신체적 부위를 만지는 행동을 방지하는 교육을 해 주어한다고 한다.
그 교육 덕분에 둘째의 행동은 고쳐졌고, 지금까지 잘 커주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의 성교육 시작 시기에 대한 의견은 논란이 많다. 둘째를 통해 만난 상담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책에 따르면 만 5살 때 하는 성교육도 절대 빠르지 않다고 한다.
영어로 쓰여 있던 책이라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서 중간에 읽기를 그만두었지만, 꽤 전문적이고 좋은 내용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다시 도전해 보려고 생각 중이다.
상담가 선생님이 추천 해 주셨던 부모님들을 위한 책
부모가 되고 나서 매 순간이 도전이고 모험인 거 같다. 아이를 갖는 순간부터 엄마로서 견뎌내야 하는 것들, 그리고 아이가 크면서 엄마로서 해 주어야 하는 교육들은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100프로 정답이 없는 한 인간을 대하는 문제이기 때문이지않을까?
아들로 인해 겪어가는 지금 이 새로운 순간을 즐겨보려 한다. 엄마는 아직도 가끔 민망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어가는 이 중요한 순간, 나의 민망함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모습으로 보이지 않길 바라면서 엄마는 나름의 Poker Face(포커페이스)를 유지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