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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숙제 - 감자요리

아이들과 함께 한 감자요리

지난 글에서 언급한 감자들을 가지고 주말 동안 아이들과 "감자요리 만들기" 학교 숙제를 했다.


6학년인 둘째 딸은 스스로 유튜브를 찾아서 감자요리를 검색했고, 셋째인 큰 아들은 담임 선생님이 언급했던 감자 요리를 기억하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담임 선생님이 한국 음식점에 가면 나오는 반찬이라며 아이에게 무슨 반찬인지 알고 있냐며 질문했던 것을 기억하고선 검색해 보더니 "braised potatoes"란 이름을 가진 반찬이란다.

한국 명칭으로는 "감자조림"이었다.


그리고 막내는 아빠가 감자를 깍둑 썰어해 주었던 "Roasted potatoes" "구운 감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의 주말은 아이들과 함께한 감자요리 시간으로 채워졌다.


둘째 딸은 'mashed potato"에 여러 가지 토핑을 섞은 뒤, 모짜렐라 치즈 스틱을 넣어 빵가루를 묻혀 튀겨낸 감자 치즈 스틱을 만들겠단다.


하... 둘째 딸의 설명 만으로도 너무 복잡한 이 요리를 우리 둘째 딸이 혼자 80% 해냈다. 나는 그저 위험한 튀김 요리를 대신 튀겨만 주었다.

그 위험한 튀김을 해주며 나는 덜렁 걸리는 엄마답게, 손가락을 기름에 살짝 담가 주었다가 화상을 입은 것은 비밀이 아닌 걸로 하자.


하필 가운데 손가락을 살짝 담갔다 빼는 바람에 붕대에 칭칭 감겨 두꺼워진 손가락을 하루 종일 욕(?)하는 기분으로 들고 있었다는 유머도 함께 더하며 말이다.


기특하게도 감자 삶은 걸 옆에서 같이 거들어주니 혼자서 감자를 으깨고 영상에서 본 대로 준비한 모든 토핑을 넣어 그냥 먹어도 맛있는 감자를 야무지게 만들어 냈다.

딸 아이가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영상 편집을 해 주었다.

그리고 딸 둘과 엄마가 함께 나란히 서서는 한 명은 밀가루와 계란을 묻히고 한 명은 튀김가루를 묻혀 모양을 다지고 엄마는 뜨거운 기름에 넣어서 바삭하게 튀어내는 팀워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 집 여자 셋 만세!!


기름에 튀긴 덕에 많이 먹기에는 느끼했지만, 바삭하고 짭조름하며 치즈가 늘어지는 맛이 재미있는 음식을 맛보았다.

 

셋째에게도 감자 껍질 깎는 칼을 쥐어주고 조심히 사용법을 알려주니 깨끗하게도 정리를 해 놨다. 식칼을 쥐어주고 손가락 위치를 잡아주니 감자 깍둑썰기도 혼자 해낸 큰 아들!


감자조림 요리법을 보면서 양념장도 함께 넣어 달콤 짭짤한 조림이 완성되었다.


처음이라 물 양 조절에 실패한 덕에 감자가 좀 많이 으스러지긴 했지만, 처음 만든 건 치고는 제법 먹을 만한 저녁 반찬이었다.


사진을 모아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상으로 편집해 주었다.

막둥이는 감자 껍질을 벗기기엔 솜씨가 어설퍼 사진만 이쁘게 찍은 뒤, '엄마 손 찬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식칼을 쥐어주었더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야무지게 감자를 썰어내는 솜씨를 보여줘 엄마에게 감동을 주었다.


소금과 후추 그리고 기름도 뿌려 쓱쓱 썩어준 뒤, 에어 프라이어에 넣어서 완성한 막둥이의 감자 요리는 네 명의 아이들 뱃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막둥이가 만든 감자구이 영상도 편집에서 남겨주었다.

좁은 부엌에서 아이들과 복닥거리며 요리한 시간이 또 하나의 추억으로 곱게 새겨진 기분이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멍석을 잘 깔아준 덕분인지 힘들지 않게 뚝딱뚝딱 해 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잘 커준 아이들에게 감사해진 순간이기도 하다.


비록 쌓인 설거지 덕에 노동의 배는 늘어났지만, 스스로 준비하고 함께 만드는 시간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또 한 번 엄마, 아빠를 떠나 독립을 준비하는 능력치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엄마, 아빠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사회로 나가야 할 시간이 오면 이 네 명의 아이들은 스스로 먹을 것도 챙겨 먹으며 굶지 않을 듯하여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말이다.


학교에서 나눠 준 감자 덕에 다양한 감자 요리를 맛 본 건 또 다른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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