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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 LED-CONFERENCE

우리 아이들 공부 열심히 했습니다.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공식 행사 중 하나인 Student Led-conference가 코로나로 인해 다른 방법으로 진행된다는 연락이 왔다.


막둥이는 빼곡히 채워진 하얀색 파일을 들고 왔다. 그리고 6학년인 둘째는 온라인 자료를 들고 왔다.

학교에서 막둥이가 9월부터 해 온 공부를 모아놓은 파일을 제공해 주셨다.

Student Led-Conference는 제목처럼 학생들이 직접 콘퍼런스를 진행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아이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와 부모님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부모님을 자기 책상에 모시고 가서 9월부터 배운 내용을 알려드리면서 함께 게임도 하고, 설명도 하면서 부모님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싶다.


코로나 전, 이 시간은 나에게 즐거움이면서 고통이었다. 아이들이 배우는 걸 듣고, 아이들이 쓴 시, 그린 그림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네 명의 아이들 반을 각각 돌면서 아이 한 명당 적게는 30분 많게는 1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했기에, 쉽지 않은 시간이기도 했다.


이 날은 일 년 중 선생님을 가장 오래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교실에 들어가면 첫 번째 과제가 선생님과의 인사였다.


아이들은 부모님을 바로 모시고 자신의 책상으로 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님을 선생님께 모시고 가서 소개해 드리고 인사를 나누게 했다.


그러면 선생님은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마치 처음 마주친 사이처럼 너무나도 정중하게 말이다.


난 항상 이 시간이 어색했다. 무대에 올라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과 예절을 차려 인사하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정중한 인사를 나누고 나면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각자의 성과와 작품들을 소개해 주라고 안내해 주었다.


아이들이 배우고 공부한 흔적들을 보는 시간은 부모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함께 걸려있는 다른 친구들의 작품들을 보면 이 시기의 아이들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비교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결과물의 차이는 비슷하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조금 더 재능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을 전해주기도 한다.


매년마다 나에게 가장 큰 숙제 같았던 이 행사가 이번에는 집에서 진행되었다.

막내가 보여준 파일 뒤에는 부모님의 의견을 써서 보내는 종이가 함께 있었다. 그저 흐뭇하기만 한 막둥이의 작품들을 보고 나서 엄마로서 남기는 글 조차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막둥이의 학습 성과를 보고 그저 뿌듯하기만 한 엄마 마음을 결코 숨길 수 없었다.

둘째 딸과의 시간은 좀 더 많은 설명이 함께 했다. 2학년과 6학년의 차이리라.


둘째 딸의 학교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들이 이 시간을 가득 채워주었다.
자신의 얼굴을 종이로 3D형태로 표현한 작품이란다. 아이가 만든 작품 중 가장 인상이 남는 작품이었다.

화면으로 찍힌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직접 볼 수 없는 아쉬움이 함께 남았다.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이 뿌듯함 마음을 어찌 숨길 수 있으랴.


학교에서 작은 연극을 한다는데, 거기서 판사 역을 맡았다며, 대사를 읽어주는 아이를 보면서, 공부를 하는 엄마답게 작은 잔소리도 더해 보았다.


판사는 큰 소리로 천천히 읽어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다는 아주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잔소리.


2021년 Student Led-Conference는 이렇게 집에서 간소하지만 시끌벅적하게 진행되었다.

둘째 딸과의 시간도 선생님의 요청에 따라 준비된 종이에 후기 감상을 적어 보내주었다.

Student Led-Conference 행사는 아이들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만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간을 통해서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학습 성취도의 척도를 관심 있게 바라볼 수 있으며,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학습에 부족한 면을 파악하여 추가적인 도움 또한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특히 나처럼 캐나다 교육 정규 교육 과정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부모들은, 자신의 학창 시절의 과정과 견주어 보면서 이 캐나다 교육 과정의 모습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부모님들도 이 시간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아이들의 학교 생활의 한 단편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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