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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드리겠어요.

감자로 뭘 요리할까?

이메일 알람이 울렸다.

전체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학교에서 온 선생님들의 메시지 었다.


내일 아이들에게 reusable 가방을 함께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선생님이 보내주신 메시지 내용은 같았다. 가방을 따로 준비해서 학교에 보내라는...

감자를 배분해 주겠다고 한다. 먹을 수 있는 감자지만 모양이 이쁘지 않아서 마트에서는 팔 수 없는 상태의 감자들이 학교 커뮤니티 오피스를 통해서 들어왔다고 한다.


감자를 가지고 아이들과 요리를 해서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는 숙제까지 함께 전달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들 둘만 받아온다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막내까지 셋이었다.

걸어서 집에 오는 아이들이 감자를 들고 오기 힘들 거 같아 오랜만에 차를 끌고 학교 앞으로 갔다.


게다가 좋은 엄마 한번 되어 보겠다고 아이들 교실까지 걸어서 마중까지 나갔다. 그랬더니만, 세 명의 아이들이 가방에 감자를 들고 나타났다.


갑자기 하늘에서 감자가 우수수 떨어지는 기분이다.

욕심 많은 큰 아들은 감자를 참 많이도 넣어왔다. 엄마인 나에게도 꽤 무거운 무게었다.
Yellow potatos들이 가득 든 감자가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진 기분이다.

제 힘에도 부치는지, 끙끙 거리며 오는 큰 아들 가방에는 동생과 누나의 감자 양을 합친 만큼의 감자가 들어있다.


차에서 조잘대며 이 감자들을 가지고 요리를 해서 사진을 찍어간다는 숙제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를 뒤로하며 내 머릿속에는 온갖 감자 요리들이 떠다니는 중이었다.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식구가 여섯이나 되는대도 내가 마트에 가서 집어 오는 감자는 항상 2개이다. 종종 해 먹는 된장찌개를 위한 감자 하나, 그리고 카레에 넣을 감자 하나.


그런 나에게 갑자기 (하... 한숨이 난다.)

감자가 덩굴채 굴러들어 왔다. 며칠 전 꾼 내 꿈이 희한해서 찾아보니 로또를 살 꿈 이랬는데, 결국 로또가 아니라 감자가 들어올 꿈이었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부엌에 모아놓은 감자들을 보니 한숨이 또 난다.

애써 지은 농작물들이 이쁘지 않기 때문에 팔리지 않아 버려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방법으로 농부들을 도와주나 싶어서 '참 좋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다 또 한숨이 난다.


이번 주말까지 음식을 만들어서 사진을 제출하라는 숙제들을 위해, 이번 주말을 아이들과 함께 부엌에서 신나게 놀아봐야겠다.


여기저기 다양한 감자요리를 검색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낼 듯싶다. 혹시나 감자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이들을 위한 아이디어 하나씩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적어봅니다.


주위 이웃에 나눠야 하나 고민하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이웃들이 다 같은 학교 학부모들이다. 그들의 손에 들린 감자 가방을 보면서 갑자기 웃음이 난다.


한 동안 이 동네 사람들의 식탁에는 왠지 감자요리가 며칠 올라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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