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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 아이들의 단어 공부

그 많은 영어 단어들을 어떻게 배울까?

넷 중 막내 아이는 2020년 9월 2학년이 되었다. 캐나다 학교(9월 학기 시작)는 한국(3월 학기 시작)에 비해 약 6개월이 빠르기 때문에 지금 막내와 동갑인 한국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이다.


한국 학교 생활에 비하면 캐나다의 학교 생활은 놀이가 많다. 아이 넷을 낳아 키우다 보니 막내가 큰 아이들의 영향을 받은 탓에 빠르게 느껴지지만, 사실 위의 아이들 셋은 "오늘 학교에서 뭐 배웠어?"라는 나의 질문에 항상 "몰라, 놀았어"라고 대답을 했다.


지금은 커서 그런지 같은 질문을 하기도 전에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을 줄줄이 번갈아가며 읊어대고,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네가 맞네 내가 맞네 싸우기들 일쑤지만, 어릴 때는 놀이터에 가는 기분으로 학교를 가는 듯했다.


아무튼, 영어, 한국어, 너무나 다른 이 언어들을 놓고 보자니, 저학년 아이들은 그 많은 영어 단어들을 어떻게 익혀나가는 걸까?


중고등 학교 시절 단어장을 암기하던 나의 영어 방법은 당연히 아닐 것이니 아이들 넷을 통해 보았던 이들의 학습 방법을 소개하겠다.


유치원은 말 그대로 알파벳을 익히고 소리를 알아가는 일 년을 보낸다.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알파벳의 포닉스를 이용해 단어를 읽는 연습을 한다.


한글처럼 자음, 모음만 알면 글자를 만들 수 있는 언어면 얼마나 쉬울까?


영어는 읽는 법도 헷갈리고 단어 자체를 외우지 않으면 스펠링이 다 틀려 버리기 때문에 저학년부터 매주마다 단어시험을 보며 스펠링을 익히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보통 단어를 Pop Corn Word라는 게임을 통해 익혀 나간다. 팝콘? 팝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파바박 파바박 소리를 내며 튀어 올라오는 팝콘들을 상상해보자. 바로 그 이미지다. 단어카드를 보기만 해도 바로 아이들이 읽어낼 수 있는 능력치를 만들어주는 게임이다.


이런 단어들은 보통 전치사(in, at, under, up etc.)와 be 동사(be, is, am, are) 그리고 wh로 시작하는 단어들(what, who, when, where, which etc) 관용어(a, an, the) 주격(I, You, He etc) 소유격(my, yours, his etc) 등등 일상생활 속에서나 책에서 무수히 볼 수 있는 단어들로 이루어진다.


낱말 카드에 쓰여 있는 이런 단어들을 선생님이 꺼내자마자 아이들은 고민 없이 바로 뱉어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한 문장이나 두 문장씩 이루어진 저학년용 책들을 통해 이 팝콘 단어들만 숙지해도 아이들이 스스로 짧은 문장을 읽는 능력치를 길러준다.


Ex) What is your name?

Ex) Is this your toy?

Ex) Is he your brother?


2학년에 가면 단어들의 수준이 조금 더 높아진다.

이제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단어들을 접한다. 말 그대로 모든 단어들이다. 근데 이런 단어들이 무작위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법칙에 의해서 아이들에게 심어진다.


영어 단어들은 라임이 비슷한 단어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같은 라임으로 구성된 단어들을 리스트로 매주 한 장씩 나눠주고, 학교에서 선생님과 공부한 뒤, 아이들에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숙제로 제공된다. 그리고 매주마다 이 단어들을 가지고 시험을 본다.

매주마다 제공되는 비슷한 라임의 단어들

이런 단어들을 보다 보면 솔직히 나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나오기도 한다.

덕분에 함께 공부를 하다 보면 엄마도 함께 새로운 단어를 익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막내아들에게 하루에 세 번씩 쓰고 읽어보라 한다. 그리고 엄마, 아빠 중 시간이 되는 사람이 단어를 하나씩 불러주고 받아쓰기를 시켜본다. 종종, 엄마, 아빠의 한국스런 발음을 고쳐주며, 발음 구박을 한다. 억울하지만 그게 안되는걸 어찌할까?


이렇게 며칠만 도와주면 보통 시험에서 다 맞거나 1개 정도 틀려오기도 한다. 도와주지 않으면 실수를 더 많이 해서 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선생님과 계속 반복을 하기 때문에 집에서 못해주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덜한 편이다.


학년이 올라가면 당연히 단어의 수준이 달라진다. 조금씩 어려운 단어들을 배우게 된다. 4학년인 아들이 갖고 오는 단어 리스트는 2학년 수준과는 확실히 비교가 된다.


4학년인 아들은 저학년일 때부터 단어 시험을 엉망으로 봐왔다. 밑에 동생이 있는 덕에 내가 신경을 잘 못 써주기도 했고, 한창 일을 하던 시기라 그만큼 관심을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하는 딸들이랑 비교하자면 아들은 아직 공부에는 흥미가 없는 듯하다. 기질과 성격이 다른 아이라 공부보단 운동에 더 흥미를 보이는 아들을 보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시험을 못 봐도 그저 순수하게 행복함을 느끼고 시험 잘 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친구를 엄마에게 자랑하는 아들을 보면 그냥 이 아이의 행복을 인정해 주고 싶다.


가끔 스펠링을 잘 못써서 나한테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스스로 깨우치는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어 기다리는 중이다. 스스로 하지 않는 공부는 최선의 효과를 주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때를 찾기를 바랄 뿐이다.

막내가 단어 시험을 보고 온 시험지. 보통 총 11개의 단어 시험을 본다.

한국에서 받아쓰기를 하며 맞춤법을 배우듯 이 곳 아이들도 단어 시험을 보면 맞는 스펠링을 배워간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의 기초를 배울 때 활용하면 참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들의 학습을 지켜본다.


개인적으로 모국어를 확실히 하기 전에 외국어를 가르치는 걸 반대하지만,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단어 학습으로 이 캐나다의 교육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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