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착기 ep1.

불임 검사를 시작하다

만 21살 부푼 꿈을 안고 어학연수에 오른 나는 만 22살

'공부하라고 보냈더니 남자 만나고 연애만 했다'라는 불효녀의 길을 선택했다.


음.. 그랬다. 아마 내가 어리지 않았다면, 외국이 아니었다면 이른 결혼을 당연히 생각하지 않았을 듯싶다.

어쨌든 내 눈은 콩깍지가 씌었고 나는 부모님이 반대하는 연애와 결혼을 강행했다.


신랑은 공부하며 식당을 나가 일을 했고 나는 반대하는 결혼을 선택한 죄로 유학생으로서 받을 수 있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닥친 스트레스로 몸이 고장 났는지 1년간 원인 모를 하혈을 겪으며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나가 결혼식을 올리고 다시 학생 비자를 받아 공부를 하며 지냈는데 역시 쉽지 않다. 외국에서 정착하는 일... 공부한 분야로 일을 잡기가 너무 힘들었다. 잡는 건 문제가 아닌데 외국이다 보니 바로 풀타임이 아닌 On call 온콜(필요할 때만 부르는 스케줄)로 시작을 해야만 하는 일은 나에게 합법적으로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했다.


Under the table(세금을 내지 않고 할 수 있는 현금으로 지급해 주는 일)로 집 근처 조그만 가게에서 꽃을 돌보는 일을 하며 지냈는데 그때는 이미 내가 결혼한지도 3년이 지났을 때였다.


지속적인 하혈 때문인지 피임이 없어도 아기는 찾아오지 않았고 나이가 어림에도 오랜 시간 되지 않는 임신에 너무 힘들었다.


MSP(Medical Service Plan-의료보험)가 불임 검사를 지원해준다는 말을 들은 건 2006년 6월 즈음.

Screenshot_20191003-233232_Chrome.jpg MSP는 British Columbia주에서 나오는 의료보험이다. 시민권자, 영주권자 혹은 합법적인 학생비자나 워킹비자가 있는 사람들은 거주 3개월 이후에 신청할 수 있다.

Family doctor(가정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산부인과 의사한테 Refer(추천)를 받았다. 얼마큼 기다렸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부인과 전문의와의 첫 상담을 시작으로 불임 검사 여행의 막이 올랐다.


신랑은 신랑대로, 나는 나대로 각각의 전문의를 만나 상담을 받고 기본적인 검사를 받았다. 이 기본적인 검사에는 정액검사, 자궁 검사, 피검사 등등 원인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검사를 의사가 하라는 대로 받는 것이다.


**이 경험은 2006년, 약 13년 전의 일입니다. 시간이 13년이나 흘러서 현재는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첫 번째 우리가 경험한 정액 검사에 대해 알려드리겠다. 캐나다는 피검사를 위해 정해진 lab에 방문을 해야 한다. 이 랩에서는 정액 검사도 해 주는데 모든 곳이 해주는 것이 아니므로 미리 검사를 해주는 랩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당일 아무 때나 방문해서 하는 피검사가 아니라면 미리 전화를 해서 날짜와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 임신을 하면 임신당 검사를 하는데 그 검사도 같은 랩에서 실시한다.


**제일 대표적인 곳으로 Lifelab이 있다. 예전에는 전화로 예약을 했고 피검사도 도착한 사람 순서대로 해 주었는데 이제는 웹사이트에서 예약제도 하고 있다. 워크인으로 가면 번호표 순서대로 검사해준다. **

Screenshot_20191003-233140_Chrome.jpg Lifelab 홈페이지 메인모습. 이렇게 다양한 기능이 생긴지 얼마 안된듯 싶다. 2~3년 사이에 기술이 많이 좋아졌다.


그때 당시 우리는 랩에 전화를 해서 날짜를 예약했고 랩으로부터 샘플 채취 후 30분 안에 랩실에 샘플을 전달해줘야 하는 미션을 받았다.

그랬다. 심지어 이 검사는 랩실에 가서 샘플을 채취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샘플을 받아서 랩실에 갖다 줘야 하는 일이었다. 문제는 우리는 당시에 다운타운에 살았고 이 검사를 받아주는 랩실이 다운타운에서 다리를 건너 있는 밴쿠버 지역에 있었다. 30분 안에 그곳으로 갈 방법은 택시를 타는 방법뿐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30분 안에 샘플 배달하기 미션을 클리어하고 결과는 신랑 비뇨기 전문의를 통해 듣게 되었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 하지만 의사가 하는 말이 경험해봐서 알겠지만 샘플을 채취 후 30분 안에 배달하는 시스템으로는 이 결과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사설 검사실로 가서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해줬다.


그래서 방문한 사설 검사실은 "사설"이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정말 인테리어가 뛰어났다. 그리고 샘플을 채취할 수 있는 방도 제공이 되었다. 그곳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바로 검사실로 수령해가는 시스템!


배우자는 함께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혼자 방에 들어갔다 온 신랑을 통해 들은 이야기인데, 방에 TV는 없고 성인 잡지만 있었다고... 큼 아무튼, 사설도 뭔가 2% 부족한...


두 번째 내가 경험한 X-ray 검사는 한국말로 자궁 조영술이었던 걸로 추측한다. 의사 한테 내가 들었던 말은 X-ray라는 것이었고, 특수한 약물을 자궁경부 쪽으로 주입해서 난관이 막혔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라는 설명을 들었다.


불임에 관련된 정보를 한국어로 찾아보니 이런 검사를 자궁 조영술이라고 불러서 아직도 그 검사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이 검사는 여성의 생리가 끝난 뒤, 일정 시간 안에만 할 수 있는 검사여서 생리를 할 때까지 검사를 할 수 없는데 나는 엄청 불규칙한 생리일을 가졌음에도 운 좋게 2주 정도 안에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가 요구한 모든 검사를 마치고 다시 만난 부인과 의사가 나에게 처음으로 던진 질문은

"임신했어?"였다.


이건 또 뭐?? 임신 못해서 온 사람한테 하는 질문이라니..

설명인즉,

자궁 조영술을 받은 후 3개월 안에 임신될 확률이 20% 란다. 그래서 1개월이 지난 뒤 만난 의사는 그렇게 물어봤던 것!


하나 불행히도 나는 아니었다.

의사를 만나기 전 대학병원에 가서 신랑은 비뇨기과 문진도 받고 왔었다. 짧은 시간 우리는 여기저기 참 많이 다닌 듯하다.


이 날, 부인과 의사는 우리 부부에게 인공수정을 권유해줬다. 중요한 것은 인공수정부터는 더 이상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2006년 11월 우리는 인공수정 날짜를 2007년 1월로 예약받았다.

의료보험 혜택이 없는 인공수정은 한번 시도할 때마다 $200 금액을 내야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2006년 12월 우리는 첫아기의 임신을 확인했다.

자궁 조영술은 받은 지 약 2개월이 지날 무렵이었다.


2006년 6월 우리는 불임 검사를 시작해서 2006년 12월 첫 임신에 성공했다.

그리고 나의 임신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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