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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학교생활 - Split Class?

한 반에 서로 다른 학년이 함께해요.

2013년 6월 킨더가든을 졸업하고 큰 아이는 2013년 9월 1학년이 되었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캐나다와 미국은 새 학년이 9월에 시작한다. 한국이랑 비교하면 같은 나이 또래에 비해 학년이 6개월 빨리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킨더는 보통 한 반에 킨더끼리 모아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학년으로 올라가면 반은 2가지 형태로 나뉘게 된다.


1. Single grade class

 말 그대로 반 전체 학생이 같은 학년이다.

1학년끼리, 2학년끼리 이런 식으로..


2. Split(mixed grade or combined  class) class

한 반에 학년이 섞여있다. 그렇다고 3학년, 5학년 이런 식으로 섞는다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 학년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2 class, 2/3 class, 3/4 class, 4/5 class, 6/7 class 이런 식이다. 보통 grade 6는 grade 7과 합치지 grade5 랑은 합치질 않는 거 같다.

학년이 배치되어 한반을 이룬 모습. Division은 담임 선생님에 따라 정해진다.

위의 사진을 보면 학년 구성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 Single class 보다는 Split class가 훨씬 더 많음을 볼 수 있다.


그럼 저 학년 옆의  Division은 무엇일까? 이것을 이해하려면 한국과 다른 시스템을 살짝 설명해야 하겠다.


한국은 선생님들이 생활하시는 공간인 "교무실"이 있지만, 이 곳 학교는 "교무실"이 따로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는 아직 중고등학교(middle, high school or secondary)를 경험하지 못한 관계로 Elementray(초등학교)를 기준 삼아 설명을 해 보겠다.


학교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곳은 School office다.

이 곳엔 학생들의 출결석, 개인정보 등 여러 가지 학생 관련 업무를 담당하시는 secretary가 있고,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선생님들의 업무를 위한 조그만 방과 Principle(교장) room이 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점심을 위한 런치 실과 카피 등 여러 수업 자료 준비를 위한 방이 따로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학교 전체를 둘러보면 음악실, 도서관, 컴퓨터실, 상담실 등등 특정 수업이나 활동을 위한 방이 마련되어 있고 학년별 교실이 분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자.. 그래서 틀리다. 보통 선생님들의 개인적인 업무를 보는 자리가 있는 교무실이 없는 이 곳은 각 교실이 선생님들의 공간과 함께 있다고 보면 된다.


이 말인즉, 각 교실이 선생님에게 배정이 되고 각 선생님들은 보통 맡는 학년이 대부분 크게 바뀌지 않고 정해져 있다.

Kindergarten 선생님들은 전문적으로 킨더 아이들만 가르치신다. 가끔 1학년이랑 킨더반 아이들이 섞이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다.


그리고 저학년인 1학년~3학년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학년도 크게 변동이 없다 볼 수 있다. 대부분 선생님들이 큰 변동 없이 같은 학년을 꾸준히 가르치신다.

고학년도 마찬가지이다. 7학년 담당, 6학년 담당 등 담당 선생님의 학년은 변함이 없다.

가끔 학년이 변동되기도 하지만 보통 한 학년 차이 정도의 변동이랄까?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이 Split class를 함에도 불구하고 각 담임 선생님들에게 큰 불편함을 드리지 않는다.


결국 새 학기가 되어 학년이 바뀌면 선생님들이 학년에 따라 교실을 옮겨 다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담당 선생님들의 학년에 따라 교실이 바뀌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교실 앞에 1-1, 1-2, 2-4 등 이런 식으로 학년-반으로 표기되는 것이 아니라, 교실 번호와 선생님의 성함이 붙어 있다.


그리고 이 선생님이 담당하는 Division의 번호가 선생님의 고유 번호로 인식이 되어서 Division 번호만 알고 있어도 학교에서 담당 선생님이 누구인지 쉽게 파악을 할 수 있다.

(교실 번호와 division번호는 다르다.)


자.. 그럼 이제 왜 이렇게 학년이 다르게 하여 반을 구성하는지 한번 개인적인 생각과 찾아본 정보를 함께 풀어보도록 하겠다.


1. 충분하지 않은 아이들의 수

캐나다의 초등학교는 곳곳에 분포되어 있고 사이즈가 작은 편이다. 보통 한 학년이 2반 정도로 구성되고 전학을 가거나 오지 않는 이상 같은 학년의 친구들이 킨더 때부터 7학년까지 쭈욱 함께 한다고 보면 된다.


한 학생으로 계속 학년이 올라간다면 8년을 내내 같은 친구랑만 보내는 학교 생활이 되어버린다.

학년을 섞어줌으로써 서로 다른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쨌든 나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이곳은 이름을 부르면 나 아닌 너는 "You"니까.


2. Real life를 위한 준비

현실적으로 인생을 살다 보면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나이가 아닌 게 현실이다. 대학을 가도 복학생이 있고 서로 다른 학번이 모여 함께 수업을 듣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의 삶을 아이들이 미리 경험하며 익숙해져 간다고 한다.


3.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이가 된다.

세상에는 리더가 있고 따르는 사람이 있다. 또래집단에서는 나이가 같으면 리더의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기회를 더 잡기 마련이다. 하나 반이 섞여서 age group이 달라지면 상황은 약간 달라진다. 보통 나이가 많은 아이들은 저보다 어린 친구들을 도와주고자 하고 어린 친구들을 저보다 나이가 많은 친구들을 따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반에 나이가 섞이면 리더십의 기회가 좀 더 다양하게 분배되고 나이가 적은 아이들은 도움을 받으며 협력의 사회성을 기르게 된다는 것이다.


4. 누군가에게는 복습이, 누군가에게는 예습이 되는 기회가 온다.

학년이 섞이면 부모님들이 제일 먼저 걱정하는 것은 내 아이가 본인의 학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배우진 않을지, 내 아이가 전혀 못 알아듣고 힘들어하지 않을지 걱정을 하게 된다.

솔직히 지난 9월에 3학년이 된 첫째 아들의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좀 놀랐다. 아들은 이번에 3/4학년 반으로 배정이 되었는데 그 반에 3학년이 고작 4명이고 나머지는 다 4학년이라고 한다.

그래서 준비물도 4학년에 맞추어 준비를 해야 했었다.

수학을 배우는데 4학년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니 역시나 못 알아듣는 거 같더라는 것이다.

걱정인 나에게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Don't worry. I am not expecting same things to him like grade 4 students. The good thing is that he says I don't understand. Then I can explain him more and show him easier way to help him out"

성적의 기준이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적 평가에서 오는 좋은 점인 듯싶다. 어차피 3학년까지는 성적표에 성적이 없고 잘하는지, 그 학년에 맞게 하는지, 아님 부족한지의 평가뿐이니까..


이 가운데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미 배웠던 학생들은 모르는 친구에게 알려주며 복습을 하고 어린아이들은 학년이 높은걸 함께 들으면서 전체적인 감각을 미리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복습은 지식을 단단히 해주고 미리보기는 두려움을 없애준다. 그리고 익숙함이라는 편안함을 갖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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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처음에는 학년이 섞이는 이 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근데 매년 겪을수록, 내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동체에 섞이어 생활하는 횟수가 쌓일수록 묘한 매력과 장점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숫기 없는 큰 딸이 저보다 어린 친구를 위해 알려주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았고, 리더 하는 둘째는 자신의 고집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어린 친구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보는 시늉을 해 본다. 셋째는 자신 있게 모른다 말하며 또 다른 age group 세계에서 적응을 해 가고 있다.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는 이 시스템에 장단점을 따지지 않기로 생각하며 익숙해져 가본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좋을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현실 같은 사회성을 기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사하며..


매년 9월 학년 배치를 위한 기도가 아닌 어떤 상황이든 이 모든 것을 잘 핸들 할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길,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래도 봐주며 사랑해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길.. 간절히 기도하며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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