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착기-ep2.
영어공부는 임신 책자로
2006년, 약 13년 전에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산부인과 의사가 없었다. 2009년 둘째를 낳고 약 2개월 뒤 떠난 다운타운... 그리고 밴쿠버에서 떨어져 있는 옆 도시에서 살면서 귓가에 들리는 소식은 밴쿠버 어딘가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의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 의사 선생님과는 벌써 그런 말을 듣기 전부터 안면이 있었다.
내가 첫째, 둘째 임신 기간을 보내면서 만났던 산부인과 의사의 오피스에서 실습을 하고 있었던 의사 선생님이 몇 년 뒤에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어서 자신의 오피스를 낸 것이였다.
한국 말을 유창하게는 아니여도 대화가 가능했던 이 분이, 영어가 안되는 산모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인이 되어 있었다.
내가 첫째와 둘째를 임신했을 적에는, 한국인 의사가 없었다. 나는 영어를 꼭 해서 나의 임신 기간을 보냈어야 했다.
사실 영어를 아주 못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잘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저 그런... 살아가기 딱 나쁘지 않을 정도의 그저 그런 영어실력.
살아가기 위한 영어에는 임신에 대한 영어실력을 장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첫 아이의 임신 사실을 알게되고 처음으로 받았던 이 책을 통해 나는 임신을 공부했다.
새로운 표지로 바뀐 책. 벌써 5번째 에디션이란다. 내가 받았던 책은 13년보다 더 오래된 친한 언니가 읽던 손때 묻었던 책이였다. 7살때 한국에서 부모님을 통해 알게된 언니가 캐나다에 정착을 해서 살고 있었다. 이미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던 손때와 흔적이 가득했던 임신 책을 나에게 건네주었던 참 소중한 사람.
그 한권의 책을 임신 기간 내내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읽지 않으면 매달 가는 정기검진에서 의사에게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고 알아들 수도 없어서 엄마가 되기 위해 책을 매일 매일 붙들고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양수를 water라고 표현한다는 것을 알았고, 자궁을 uterus or womb라고 표현하는 것도 배웠다.
이제는 오래되어 잘 기억나지도 않는 용어들이지만, 가끔 병원에 가서 벽에 붙어있는 단어들을 보면 이해하는 능력을 장착했던 값진 시간.
엄마가 보내주셨던 임신책과 언니에게 받은 책을 함께 읽으며 나는 뱃속의 아이를 키웠고 영어 지식을 키웠다.
나는 지금도 영어를 잘 하지는 않는다. 그냥 일 할만한 영어를 하고 살아갈 수 있는 영어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매 순간마다 새로운 것을 마주쳤을 때, 한없는 부족함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못하겠다."라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다. 첫임신을 겪으며 저 한권의 책을 공부했던 나의 시절을 알기에, 첫 직장에 나가 마주했던 매 순간들을 넘기며 점점 나아져갔던 나의 모습을 봤기에..새로운 직장을 구해 한달을 헤매며 끙끙대던 내가 지금은 나아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배우면 돼. 공부하면 돼. 견디면 돼.
이 말들을 되뇌이며 살아간다.
혹여나 지금도 자신이 없어서 한국 커뮤니티에만 속해 있는 분들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커뮤니티에 발을 들이밀고 익히라고 권장하고 싶다.
매일 마주하는 새로운 언어와 씨름하다보면 어느새 이만큼 늘어있는 스스로를 볼 수 있다.
물론 네이티브처럼 될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모습일 꺼라는 100% 확신.
비록 이 곳에서 태어나 자라는 자녀들에게 발음이 나쁘다는 핀잔을 받더라도 과감히 내가 한국말을 더 잘한다고 우쭐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장착하며 영어로 살아보는 것도 참 즐거운 일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