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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생활 - 산타할아버지께

산타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요.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을 확인해보니 내가 원했던 아기 인형이다. 내가 보낸 편지가 무사히 산타 할아버지께 도착했나 보다~  


산타를 믿었던 어릴 적 나에겐 편지에 써 놓은 선물을 진짜로 받았던 예쁜 추억이 남아있다.

그 산타가 누구였는지 나중에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행복했던 그 마음은 진한 추억으로 새겨져 있다.


큰 아이가 태어나 선물을 알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정말 간절히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길 원했다.

가난하게 자란 신랑은 쓸데없는 일이라 싫어했지만, 난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내 아이들에게도 같은 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2013년 9월 막둥이가 태어난 후 맞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6살, 4살, 2살이 된 아이들 셋을 데리고 쇼핑센터를 갔다.

그 날은 쇼핑센터에서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한국과 다르게 참 별거 없는 아이들 행사에도 아이들은 열광을 한다. 약간의 공연과 약간의 만들기와 놀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위하 행사가 있는 곳으로 사람들은 모여들기 마련인갑다. 많은 아이들이 모였었다.

그린치로 변장을 한 사람과 산타가 만들어낸 공연을 재미나게 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와 아이들 셋! 을 데리고 혼자서 나온 나의 모험에 위로를 받았다.

정말 작은 무대였음에도 아이들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어른들도 웃으면서 함께 즐기는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마련된 여러 스테이션에서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들기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크리스마스답게 만들기도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만들기이다. 이런 것을 볼 때면 참 아이디어가 대단하다 싶다.

만 4살 적 우리 둘째 딸
만 2살적 큰 아들
어린 것이 누나들 따라서 하는것을 보면 그저 기특하기만 했다.
만 6살 큰 딸과 만 4살 둘째. 6년전 사진을 보니 이 아기같은 모습이 새삼스럽다.

2013년 11월 우리 아이들은 처음으로 산타에게 편지를 썼다. 스테이션 한 곳에서 편지지를 나눠주며 완성된 편지를 산타에게 보내준다고 한 것이다.

1학년이였던 아이는 나름 몇글자씩 적었던 듯 하다.
4살짜리 아이는 인어공주 이름을 적고 그림을 그렸다. 산타는 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을까?

글을 쓸 줄 아이는 글을 쓰고..

글을 모르는 아이는 그림을 그려서 써 보낸 편지~

과연 산타는 편지를 받았을까?


매년 성탄절이 다가오는 연말이 되면 Canada Post 소위 말하면 우리나라 우체국과 같은 이곳 캐나다 우체국에서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한 특별한 일들이 준비된다고 한다.


12월 중순 전(12일 혹은 13일, 매년 날짜가 바뀌는 듯하다) 편지를 써서 우체국으로 갖고 오면 그 편지들을 모아 산타에게 보내주는 일을 시작하신다.


주소는 North Pole 우편 번호는 호호호!

작년에 만 9살이 둘째 딸이 갑자기 편지를 써서 산타에게 보낸다고 난리를 쳐댔다.


결국 만 9살, 다 알 거 같은 나이를 먹은 딸의 손을 잡고 우체국에 갔다.

산타에게 보낼 편지라고 하자 너무나 반갑게 편지를 받아주는 우체국 직원분.


함께 갔던 다른 아이들에게 편지를 함께 써오지 않았냐는 아쉬움까지 말해주던 친절하신 그분!!

그분의 손에 넘겨진 둘째 딸의 편지는 무사히 산타에게 도착했고 몇 주 뒤에 산타로부터 답장이 왔다.


그랬다. 2013년 큰 딸의 알 수 없는 단어들의 조합을 넣었던 편지에도, 편지지 가득 그렸던 우리 둘째 딸의 편지에도 산타는 답장을 보내주었다.


편지를 잘 받았노라고, 좋은 크리스마스를 보내라고.

그러면서 산타는 많은 친구들의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바쁘다며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들을 써 놨던 듯하다.


2013년 받은 답장과 2018년 받은 답장의 내용은 비슷했다. 그러나 위에 적어준 우리 딸의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고, 산타가 답장을 진짜로 보내준 것만으로도 너무 놀란 경험이었다.


아이들의 동심을 함께 지켜주기 위한 이런 어른들의 배려를 먹고사는 우리 아이들~

나에게 산타는 부모님이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편지에 답장을 해주는 산타가 있다.


비록 동심은 크면서 깨어질지라도, 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희미해질 기억이라 할지라도, 산타의 답장을 받았던 그날의 흥분과 기쁨을 아련히 기억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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