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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손편지

엄마의 행복

만 6살 막내아들이 1학년이 된 지 3개월 반이 지나고 있다.

내 눈에는 아직 아기 같은데 말하는 본새나 행동을 보면 벌써 컸구나 싶은 때가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위의 아이들 셋을 키우면서 나는 팔불출 엄마였다.

나도 인정하는, 우리 아이들이 참 많이 이쁘고 사랑스러운 팔불출 엄마.

못난 것보다는 잘난 것을 더 세워주고 싶은 팔불출 엄마.


이런 내가 막내를 보면서 정신 나간 엄마가 되는 기분이 가끔 든다.


1학년이 끝나갈 즈음 책을 스스로 읽기 시작했던 두 딸들.

1학년이 끝나가도 책을 못 읽어 매번 선생님 전화를 받고 학교에 불려 가게 만들었던 큰 아들~


그런 셋을 키워냈는데 막내가 1학년을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나자 책을 혼자서 조금씩 읽어내기 시작했다.


책 읽기 연습으로 비슷한 단어가 반복되는 책을 읽는 연습을 하기 위해 숙제를 학교에서 받아왔는데 워낙 많이 읽어서 외우나 보다 생각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러던 녀석이 집에서 뒹굴어 다니던

"CAT in the Hat" 시리즈 중

"I can read my eyes shut" 이란 책을 들고 와서 나한테 읽어주기 시작했다.


또박또박 발음을 하며 새로운 단어가 나오면 포닉스를 추측해서 발음을 만들어 보고 비슷한 발음의 단어를 추측해서 읽는 모습에 나는 그저 기함을 하고 말았다.


정신 나간 엄마가 되어서..

"울 아들 천재구나" 싶었다.


나의 반응에 큰 딸도 맞장구를 치며 너무 놀랍다고 했다.

울 큰 아이가 팔불출 누나인가 보다.


그런 6살 아들이 요즘 빠진 놀이 중 하나가 벽에다 종이를 붙이고 글을 쓰는 놀이다. 혼자서 계속 끄적이고 있다.

책에서 본 문장을 베껴 쓰기도 하고 자기가 생각나는 말들을 적기도 하는데 제법 쓴다는 게 놀라운 일인 것이다.


며칠 전에 보여준 종이에는

I go to slyp.이라는 문장을 써 온 거다.

그러면서 자러 간다는 말이라며 sleep이라 읽으며 slyp이란 단어를 가리킨다.


읽는 소리를 추측해서 저렇게 단어를 적은 거다. 잘못된 스펠링을 알려주니 집중해서 쳐다본다. 꼭 기억하려는 아이 마냥


그런 기특한 아들에게 며칠 전 손편지를 받았다.

정말 꼬깃꼬깃 접어 온 편지를 펼쳐 읽으며

나는 배꼽을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꼬깃한 종이를 펼치니 손편지가 있다. 참 열심히도 적었다.

역시 나의 행복은 아이들인 듯싶다.

넷째를 임신하고 많이 울었는데 널 안 낳았으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날 행복하게 웃게 해 주는 이 아이의 손편지. 엄마의 행복을 다시 한번 느꼈다.


Mommy I want a toy from Toysrus.

Mommy I really want a toy from Toysrus.


라는 이 두 문장을 읽으니 이 아이가 얼마나 간절히 장난감을 바라는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중간에 스펠링이 틀렸다고 찍찍 그어댄 문장을 보며 더 기특하다. 형아가 도와줬단다. 그 말에 큰 아들도 기특했다.


핸드폰과 이메일 메시지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종종 아이들이 적어주는 손편지의 행복~

이런 게 엄마의 행복인 듯싶다.


너무 간절한 토이저러스의 방문을 심사숙고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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