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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만들어 준 첫 음식-피자

반죽부터 완성까지~

7학년 큰 아이가 몇 주전 학교에서 피자 만들기를 한다며 피자 치즈를 준비해 가기로 했으니 사달라는 요청을 했다.


아주 명쾌한 "Okay"를 외치며 마트에서 사이즈가 제법 큰 피자 치즈 한 봉지를 구입해 주었다.


똑 부러지게 잊지 않고 당일에 잘 챙겨가더만, 하교 후에 피자가 어땠는지 자랑을 하느라 쫑알쫑알 거리는 수다가 멈추질 않는다.


그러더만 급기야는 크리스마스 때 피자를 직접 집에서 만들어 주겠다는 폭탄선언까지 한 우리 큰 딸!

음~ 나는 무거운 긍정의 답을 주면서도 두려워지는 이유는 뭘까?


지난주부터 피자 재료를 사달라고 나를 들들 볶더니 크리스마스에 생긴 저녁 초대 덕에 금요일 저녁에 갑자기 피자 만드는 날을 월요일로 바꾸겠다는 두 번째 폭탄선언을 던졌다.


그리하여 토요일 저녁,

딸의 요리를 위해 재료 준비를 하여 온 참 착한 나란 엄마~

그리고 드디어 그날인 오늘 월요일!


내가 일을 하러 간 사이에 밀가루를 반죽해서 피자 도우를 만들었다면 사진을 보내주었다.

아주 야물딱지게 반죽을 하며 동생들에게도 기회를 줬나보다. 아들 둘이 신이난 모습을 사진찍어 보냈다.

일하는 중간에 받은 이 사진들에 나는 또 혼자 실소했다. 큰 누나라고 욕심내지 않고 동생들과 함께 반죽을 했나 보다.

그 마음이 참 이쁘기만 하다.


8시간의 스케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날 보자마자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

엄마를 위한 피자를 만들었다며 오븐에 굽고 있다는 것이다.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재료를 끄내 올린 토핑들이 제법 그럴듯하다.

나를 위한 피자는 하트 모양으로 만들었단다. 용케도 냉장고를 잘 뒤져서 토핑을 제법 올려놨다.

완성된 피자를 나한테 갖다 주며 먹기 편하게 잘라주는 큰 딸!

언제 이렇게 커서 나도 못하는 피자 반죽을 하고 홈메이드 피자를 구워서 갖다 주는지~~ 참 기분이 묘하다.


아이들 덕분에 너무 바빠서 지쳐가며 일했던 오늘 하루의 노고가 씻기는 기분이다. 솔직히 빵이 너무 두꺼워 반만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지만, 나름 쫄깃하게 반죽도 잘했다.


많이 고맙다. 날 제일 많이 생각해주는 큰 딸~

그리고 언니와 누나의 말을 잘 듣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져준 둘째, 셋째와 막둥이!


특별히 만들고 난 뒤에 뒷정리까지 나름 잘해주어서 더 많이 고맙다~

엄마는 처음으로 너희들이 만들어준 이 피자를 항상 기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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