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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생활-크리스마스의 기적

많은 손길들이 모여 행복을 드립니다.

캐나다는 복지로 아주 유명한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입이 많은 사람들이 내는 세금이 많고 수입이 적은 가정들이 받는 혜택은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혜택을 이용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이런 저수입 가정들을 위한 사람들의 배려와 사랑은 그런 삶을 버티며 지내는 가정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손길이 된다.


우리 가정은 그런 사랑을 받는 가정 중 하나이다.

아직 어린아이들 넷을 키우며 부부가 맞벌이를 하기 힘든 우리 가정은 현재 한 사람이 벌어오는 수입으로 매달 겨우겨우 버티며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우리 가정의 형편이 부끄럽지 않은 건, 우리가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 신랑은 일주일에 6일을 풀타임으로 일했고, 나는 그 시간 동안 네 번의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육아를 담당했다.


신랑이 안타까운 부상으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 때, 나는 일을 찾아 나갔고 그 뒤로 차츰차츰 내 일의 시간을 늘리며 현재 일주일에 6일, 투잡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그리고 4명의 아이들 케어와 살림을 신랑이 온전히 커버하는 중이다.


우리 두 부부는 친지들이 아무도 없는 이 곳 땅에서 우리의 힘으로 자리를 잡았다. 친정도 시댁도 이 곳을 올 수 없는 형편으로 인해 아이 넷을 출산하는 동안에도 산후조리를 해 줄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신랑과 나랑 둘이 그 시간을 감당했다.


셋째를 출산했을 때 나를 안타까워했던 친정에서 사람을 구해서 쓸 수 있게끔 한번 도와주신 적이 있어서 한 권사님의 도움으로 한 달을 지냈는데, 이미 위의 둘이 있는 상태에서 내가 쉬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분이 오셔서 위의 아이들을 너무 잘 보살펴 주셔서 내가 온전히 셋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그분은 평생 내게 감사한 분이다.


매년 연말이면 우리 가정 같은 저수입 가정들은 정말 따스한 손길들을 많이 느끼게 된다.

내가 사는 시에서는 11월 동안 세금 신고를 확인하고 저수입이 증명된 가정의 자녀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이들이 자러 간 후 받아온 선물들을 포장해서 트리밑에 놓았다. 우리 아이들이 마주하게 될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다.

아이들의 여권이나 의료보험증 혹은 출생신고서를 갖고 가서 아이들을 증명하면 한 아이당 3개의 선물을 준비해 준다.

선물을 신청할 때, 아이들의 나이와 성별을 확인하기 때문에 나중에 선물을 픽업하러 가는 날 그에 해당하는 선물들을 고를 수 있도록 해 준다.


매년 받아 온 이 선물들을 금년에도 신청을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너무 선물에 집착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 것이 과연 올바른 길일까를 많이 고민했다.


그런 고민 끝에 금년에도 선물을 신청했다. 우리 큰 아이의 말이 나의 가슴에 박힌 이유도 있어서다.

막내가 사달라는 장난감을 제대로 사주지 못하니까 큰 아이가 자기 저축을 가지고 사줄라 했던 적이 있다.


그런 큰 아이에게 굳이 필요 없는 동생 장난감에 돈 쓸 생각을 하지 말고 자꾸 모을 생각을 하라며 잔소리를 한 날 큰 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 훈이는 이제 겨우 6살이라 조금밖에 못 받았는데 나는 더 오래 많이 받았잖아요. 훈이 갖고 싶은 거 사주고 싶어요"


왜 그 말이 이렇게 가슴이 박히던지.. 그래도 큰 아이는 자신이 많은 것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구나 싶은 마음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 6살밖에 안된 막내가 조금이라도 이 즐거움을 더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나의 욕심도 조금 보태어 신청을 했다.


금년 크리스마스도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참 많은 것을 받게 되었다.

게다가 학교 커뮤니티에서 전해줄 것이 있다며 학교에 오라 한 날, 우리는 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잔뜩 받아오게 되었다.


아이들의 장난감과 각종 음식들~ 정말 생각도 못한 손길에 다시 한번 가슴이 뜨거워졌던 날이었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진 가정이다. 우리보다 많은 것을 가진  가정이랑 비교하면 한 없이 부족한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가정이 부족하고 없는 가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감사하게도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렌트한 집이 있고, 따스한 물도 나오는 화장실이 하나 있다. 그리고 낡았지만 아직은 쓸만한 컴퓨터도 있다. 계절별로 입을 옷이 있고, 덮을 이불과 몸을 뉘일 침대가 있다.


먹을 음식이 들어있는 냉장고와 필요할 때 장을 볼 수 있는 돈이 있다. 매달 굶지 않을 수 있게 일을 하는 엄마가 있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해 줄 수 있는 아빠가 있다.


아이들은 넷이나 되어서 굳이 친구가 없더라도 서로 함께 있는 게 즐거운 가정이다. 비싼 옷이 없다고 불평하지 않고 남이 주는 옷도 소중하게 잘 입는 아이들이다.


나는 지금의 형편에 만족하지 않지만 내 형편이 풍족하지 않다고 좌절하지도 않는다. 때가 되고 함께 일을 하면 형편은 나아질 것이고 아이들은 커서 각자의 역량대로 일을 할 날이 올 테니까 평생 이렇게 힘들 게만은 살지 않을 듯하다.


그런 때가 오면 우리 가정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받았던 사랑을 흘려보낼 거라 믿는다. 지금 우리가 느꼈던 이 배려와 사랑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메마르지 않게 하였기에 이들이 조금 더 베풀 능력을 갖추었을 때 이 사랑이 흐르도록 하는 이들로 자랄 것이라 믿는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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