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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생활-2019년 여름 여행

Kelowna 당일치기 여행

어학연수로 시작된 캐나다 삶이 현재까지 연장이 되면서 가장 후회했던 일 중 하나가 '여행'인 듯하다.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포기했다. 어차피 외국에서 사는데 굳이 신혼여행을 챙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고, 결혼식 후, 명동의 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주일 성수를 지킨 뒤, 월요일 비행기로 캐나다에 다시 돌아왔었기 때문에 그럴 여유조차 없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사는 곳이 외국인데 무슨 여행을 챙겨~ 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아이는 하나 둘 태어나 넷이 되어버렸고, 아이들이 늘어날수록 무거워지는 책임감에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온 시간을 다 바쳐서 열심히만 살아온 것 같다.


남들 다 가본다는 '로키여행'도 5년 전 부모님이 캐나다에 여행 오신 것을 계기로 가 보았을 정도로 여행이랑은 담을 쌓고 살았던 삶에 시원한 콧바람을 쐬고 싶은 갈망이 점점 쌓여간다.

아이들이 크면 저들도 눈이 달리고 귀가 달렸다고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소식을 듣고 온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여행을 갔다 온 소식을 듣고 함께 보면서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나의 갈망과 아이들이 호기심이 쌓여가는 시기였던 거 같다. 매일매일 일만 하며 답답했던 나의 엉덩이도 들썩이고, 마침 2019년 8월 말 큰 딸의 12번째 생일을 맞이하기도 했던 터라 나는 당일치기로 켈로나에 가자는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은 사실 몇 달 전부터 있었던 거지만, 실제적으로 그 계획을 실천한 건 2019년 8월이었다.


켈로나 방문은 사실 처음이 아니었다. 5년 전, 부모님을 모시고 차로 운전을 직접 해서 로키여행을 했을 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켈로나를 지나며 와이너리를 방문해서 점심을 먹고, 켈로나 다운타운 해변가를 한번 걷고 왔었다.


켈로나는 여기 밴쿠버와 같은 BC주에 속해있지만 남쪽으로 더 가야 한다. 그리고 내가 사는 곳에서 쉬지 않고 달리면 약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하는 장거리 여행은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더 있기 때문에 4시간보다 더 걸려서 간다고 생각하면 될듯하다.


켈로나는 큰 호수와 와이너리 그리고 체리와 복숭아밭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U-pick이라고 직접 농장을 방문해서 체리와 복숭아를 따는 체험을 시즌에 할 수 있는 곳이다.

8월 말이라 복숭아 u-pick 체험을 하고 싶었지만 당일치기여서 포기했다. 대신 같이 일하는 친구가 추천한 캥거루 농장을 방문하기로 하고 모험 같은 당일치기 여행을 시작했다.


2019년 8월 24일 토요일, 큰 딸의 12번째 생일, 새벽 4시에 기상을 해서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챙겨 집에서 출발한 건 새벽 5시~ 새벽에 깨운 아이들이 피곤해서 차에서 잘 줄 알았지만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신이 났는지  Hope까지 향하는 내내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느라 쉼이 없었다.


아침을 먹기 위해 Hope에 있는 A&W(햄버거 가게지만 오전에는 아침메뉴를 판다)를 들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서양식 아침(토스트, 계란과 베이컨)을 먹었다. 그리고 기름을 넣기 위해 잠시 들린 Merritt(메릿). 그리고 쉬지 않고 달려 켈로나에 도착을 했다. 캘로나 캥거루 농장에 도착을 하니 오전 10시 30분정도가 되었다.

켈로나에 도착하며 찍은 사진. 켈로나를 가로지르는 오카나간 호수(Okanagan Lake) 다리를 지나며..

날씨는 화창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차를 타고 달리며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한 여행~ 새로운 곳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날로 기억된다.


와이너리가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는 별로 흥미가 나지 않는 곳이라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친구의 정보 덕에 캥거루 농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캥거루 농장 정보

Kangaroo Creek Farm - kangaroocreekfarm.com

주소:5932 Old Vernon Rd, Kelowna, BC

Email:info@kangaroocreekfarm.com


캥거루들에게 팝콘을 간식으로 줄 수 있다.
Petting Zoo이기 때문에 캥거루를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간식도 줄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바로 옆에서 캥거루들이 휙휙 달리는 걸 직접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캥거루가 아닌 다른 동물들도 볼 수 있고, 아기 캥거루를 직접 볼 수 있다. 엄마 주머니에서 나온 아기 캥거루였다.
사람들의 손길이 익숙한 동물들이라 아이들이 다가가도 위협적이지 않아서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다.

캥거루 농장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 있는 곳이었다. 직접 만지고 동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Petting Zoo라서 아이들이 떠나고 싶어 하지 않을 만큼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호주에서나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캥거루를 이 켈로나에서 보게 될 줄이야~ 정말 이 정보를 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몇 시간이나 놀았을까?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캥거루 농장 근처에 있는 일식집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우리는 다운타운 근처에 있는 해변가로 향했다.


생각보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오래 앉아 있지는 못했지만, 탁 트인 해변을 바라보며 끝없이 펼쳐진 호수와 푸르른 하늘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만해지는 시간이었다.

 

다운타운 근처에 있던 해변가. 바다가 아니라 호수에 있는 비치이다. 역시 아이들을 흙놀이가 제일인듯 싶다.
공원 입구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 공원이름과 공원에 대한 설명! 기억하고 싶어서 찍어왔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는 아쉬움이 잔뜩 생겼던 짧은 시간의 해변가 놀이~ 온 거리만큼 다시 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한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켈로나에 오기 전에 우연히 보게 된 게시판 글을 통해 알게 된 유명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로 고고~

이 아이스크림 가게는 켈로나에서도 한참 내려가 오카나간 지역까지 가야 하지만, 워낙 유명한 곳이라 해서 온 김에 먹으러 가자 결심을 하고 들렸다.

가게 내부 모습과 아이스크림. 유명한 만큼 양이 정말 크다. 키즈메뉴를 시켰는데 저렇게 많이 주었다. 알았으면 나눠먹었을텐데..
아이스크림 가게 입구. 도로 바로 옆에 가게가 위치해 있다.

저녁 6시쯤에 도착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은 뒤, 집으로 향했는데 중간에 있는 직거래 마트에 내려서 복숭아도 사고 사진도 찍느라 시간이 좀 더 지체가 되었다. 켈로나를 갔던 길과 다른 길을 이용해 집을 향한 길이 산길이라서 해가 빨리 지는 바람에 운전을 하는 내내 가슴이 벌렁거렸다.

정말 불빛이 하나도 없어서 차에서 나오는 빛으로만 의지해 가려니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향하며.. 짧은 추억을 만들며 남긴 이 아이들의 웃음을 되새겨본다.

당일치기라 많이 피곤했을 텐데, 불평 없이 즐겁게 놀아준 우리 아이들~

그리고 함께 운전했지만, 켈로나 시내에서 내내 운전을 하며 수고해 준 신랑~

피곤한 신랑을 대신해서 그 어두운 산길 용감하게 잘 운전해준 나에게도~ 감사함의 박수를!


시간과 여건이 허락된다면 2박 3일 정도 여유를 가지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그때에는 여유 있게 체리와 복숭아도 따 보고, 물놀이도 제대로 하면서 마음껏 휴가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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