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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첫눈이 왔습니다.

매년 한 번씩 눈을 보게 되네요.

겨울이 우기인 밴쿠버는 눈이 참 오지 않는 곳이었어요.  

뭐.. 제가 2002년 4월 말에 공항에 첫 발을 내리고 5월 초 흩날리는 눈발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저 흩날리며 사라지는 눈이어서 하얀 눈 세상을 만끽한 적은 없지요.


겨울이면 햇빛이 눈부시게 빛나고 하얀 눈이 쌓이던 한국이랑은 참 다른 밴쿠버에서 만난 첫겨울의 첫인상이었답니다. 

매일이 우중충한 날씨에 쉼 없이 부슬비가 내리던 밴쿠버의 겨울~


그런 밴쿠버에 살던 중 처음으로 폭설이 내렸지요. 큰 딸이 100일쯤 되던 2007년 겨울 처음으로 눈이 좀 많이 온다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큰 아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던 2008년 겨울.. 2009년이 되던 그 겨울~ 정말로 폭설이 제대로 내렸답니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 난리가 났더랬죠. 유모차는 움직이지도 않고 잔뜩 쌓인 눈에 길이 막혀서 장도 보러 가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처음으로 눈이 많이 쌓였던 그 해 겨울, 눈 때문에 처음으로 아이와 일주일을 집에서만 지냈답니다.


냉장고에 있던 음식들을 야금야금 먹으며 그렇게 일주일을 지내고, 아이 손을 잡고 아파트 앞에 나가 눈길을 걸어보고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꼬깔콘 코도 만들어주었지요.


환경이 오염되면서 이상기온이 생긴다고 하는데, 요즘 만나는 밴쿠버의 날씨를 보면 그 말이 실제로 와 닿은 기분입니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로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던 사람들의 모습이 당연했던 이 곳의 풍경이 바뀌었답니다.

비는 폭우처럼 세차게 쏟아지고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우산 쓴 사람이 오히려 눈에 띌 정도였는데,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답니다.


그리고 이제 매년 겨울이면 많은 눈을 보게 되었지요.

눈이 워낙에 없던 곳이라 처음으로 눈이 이렇게 많이 내렸던 해에는 정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아니었어요.


눈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아서 운전하기도 너무 힘들었고, 특히 겨울용 타이어를 쓰지 않는 집들이 많아서 자동차들이 미끄러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눈들로 이제는 제법 치우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듯해요. 그리고 매년 겨울이면 눈 녹이는 소금인 염화칼륨이 마트에서 바닥이 난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났어요. 곳곳에 있는 작은 언덕을 이용해 눈썰매를 타느라요. 저희 집도 매년 눈이 오는 것을 보고 드디어 눈썰매를 작년에 마련했답니다.


저번 주 금요일 첫눈이 내렸습니다.

그리고 비가 내렸는데.. 온도가 떨어지면서 폭설로 바뀌었네요. 비는 자기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듯 후드득 소리를 전해주는데, 이 눈은 언제나 이렇게 소리 없이 조용히 쌓여가 사람을 놀라게 하네요.

저녁을 먹고 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하얗게 쌓여 버린 눈에 깜짝 놀라고 말았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눈발이 엄청 날리네요. 눈을 보면 그저 신나서 재미있는 아이들이랍니다.
낮에 교회에 갔더니 교회 옆 공원에 눈이 잔뜩 쌓여있었지요.
저녁에 다시 눈이 내리기 전, 교회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남은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분명 낮에는 며칠 전 눈이 다 녹아서 맨땅이었는데, 땅의 존재를 아예 지워버리듯 소복이 쌓이며 눈이 옵니다.


눈이 이렇게 많이 오면 항상 긴장을 하게 됩니다. 눈 치우는 속도가 빨라졌다 해도 느린 곳이라 당장 내일의 일정에 영향이 오거든요. 내일 새벽 6시 30분이면 학교가 문을 열지 닫을지 결정이 되어서 뉴스에 나올 거예요. 새벽 6시 30분 제일 먼저 확인을 해야 할 듯합니다.


전기가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그런 날은 학교가 문을 닫기도 합니다. 엄마는 심란한데, 아이들은 내일 눈썰매를 탈 생각에 신이 나서 잠자리로 들어갔습니다.


내일 어떤 하루가 될지 걱정이 점점 쌓이는 밤이 될 듯합니다. 모두 안전한 하루를 잘 지내길 바라면서~ 2020년의 1월을 하얀 세상으로 바꾸고 있는 눈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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