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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빈자리가 커지는 날, 명절

외국에 살기에 느끼는 허전함

시차가 있으니 한국은 벌써 구정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겠다.

2020년 1월 25일 설날을 맞이하는 한국이 어떠한 모습일지, 이제는 그 날을 지내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 어렴풋한 기억처럼 흐릿하다. 뉴스에서 보이는 사진과 영상이 내가 자라온 고향의 큰 축제를 상기시킨다.


벌써 햇수로 이 곳에 온 지 18년 차인 나는,  그 햇수만큼이나 부모님과 친지들과 함께 했던 명절을 잃어버렸다.

어린 날 한복을 입고 한 자리에 모인 친가 식구들이 복닥복닥 마루에 둘러앉고 서서, 나이 순서대로 부모님들과 친척 어른들께 세배를 하고 나면 가족이 많은 우리 사촌 형제들 모두의 지갑이 제법 두둑해지곤 했다.


오빠, 언니 동생들이 다 함께 어울리어 동네에 있는 문구점에 가서 이것저것 쓸데없는 것들을 사곤 했던 철없던 시절의 기억들~


그 모두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출가를 하고 부모가 되었고 누군가는 어른이 되었다. 내가 떠나온 지 18년이니 그중에 누군가가 결혼을 할 때도, 부모가 된다 했을 때도, 아이를 키우며 매년마다 명절에 모여 하하호호 웃으며 가족의 정을 나눌 때도 나는 없었다.


아니.. 나는 항상 그 시간에 내 아이들과 신랑과 전화를 걸어 그저 멀리 화상으로 인사를 하며 아쉬움을 달래었다.

그렇게 모여있는 가족들을 보며 반갑게 인사하며 덕담하고 전화를 끊고 나면 어두워진 화면을 향해 한없이 뻗쳐 나가는 그리움과 허전함.

매년 명절, 자식의 빈자리를 느끼며 보내실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하면, 이 불효자식은 그저 죄송할 뿐이다.


아마 넷이나 되는 내 아이들은 나의 이런 마음을 조금도 이해 못할 듯싶다. 태어나면서부터 자라온 땅이 이 곳인 아이들은 내 아이들이지만, 한국 명절보다 캐나다 휴일이 더 현실적일 테니까...


매년 구정이면 네 아이들을 세워놓고 세배를 시킨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며 친정과 시댁에 보내드린다. 이렇게라도 멀리 있는 손주들의 어여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자식 된 자의 욕심이며 그 영상을 반복해서 보시며 손주들을 가슴에 새길 조부모님들의 허전함을 달랠 선물인 것이다.


어릴 때는 멋도 모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저들끼리 키득키득 거리며 장난스럽게 해 대던 그 어설픈 세배를 이번에는 할까 싶기도 하다. 어느새 사춘기에 접어든 큰 아이가 있기에 살짝 걱정이 스며든다.


한인타운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내가 항상 오고 가는 그 길목에 있는 그곳은 구정을 보내기 위한 한국 사람들로 복작일 것이다. 그곳에 가면 정말 구정인 듯싶다.


그 복잡한 곳에 함께 섞이어 장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을 눈으로 쫓곤 한다. 카트에 가득 담긴 명절 음식을 보며 '아.. 저들은 이 곳에 가족이 있구나. 명절을 함께 할 가족이 있구나' 싶은 부러움이 가득하여 말이다.


이제는 익숙할 만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명절, 내 고향의 축제날, 더 깊이 내 심연을 파고드는 듯하다.


엄마가 해 주시던, 엄마 손 맛 가득했던 음식도, 가족들끼리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명절 명화를 보던 그 시간도, 한없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네 아이들과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다 함께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본다.


그 날까지 부모님이 건강하게 살아계시길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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