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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벌써 stress out입니다.

미안합니다. 다 못하겠어요.

새벽 4시면 알람이 울립니다.

코로나로 모든 일상이 멈춰진 이후로 저에게 생긴 새로운 스케줄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외출 준비를 합니다.

오전 5시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조심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새벽 공기의 서늘함이 제 빰에 내려앉습니다.


이 시각에도 이미 드문드문 불이 켜진 거실이 보이는 적막한 집들을 가르고 부지런히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서둘러 시동을 겁니다.


어두운 길을 가로지르며 출발하는 차의 헤드라이트를 켜고 채널 1번에 고정된 뉴스 1130을 들으며 시작하는 하루 일과!


새로운 코로나 소식들을 알려주는 뉴스를 들으며 만나는 차들이 손으로 꼽힐 정도로 고요한 도로를 달리면 어느새 제가 일하는 곳에 도착을 합니다.


24시간 오픈을 하는 맥도널드 드라이브 쓰루를 들려 제 몸에 넣어 줄 카페인 한잔도 잊지 않았습니다.


직원용 문을 지나 기계에 출근 번호를 입력하는 시각은 새벽 5시 27분경~

일주일에 4일! 저는 요즘 마트에서 일을 합니다.


새벽 5시 30분부터 시작하는 스케줄은 오후 1시 30분에 끝납니다.

오전 7시, 마트 문이 열리면, 카트를 밀고 들어오는 손님들을 보며, 마스크로 얼굴을 덮습니다.


회사에서 지난 토요일부터 제공되기 시작한 마스크, 이미 한참 전부터 쓰고 있는 일회용 장갑을 끼고 일을 합니다.


벌써 한 달 쨉니다. 3월 중순에 시작된 팬더믹은 제멋대로인 봄 날씨와 더불어 몸과 마음을 들었나 놨다 괴롭히더니, 봄은 그래도 따스함을 더 줄게 라고 이야기하듯 맑은 하늘과 쨍쨍한 햇볕을 내려주며 성큼 봄의 한 중간에 저를 밀어 넣은 듯합니다.


일 끝나고 나오는 오후 1시 30분.

내려쬐는 햇살이 눈부셔, 꼭 어두운 동굴에서 막 나와 빛을 마주한 사람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눈을 감게 됩니다.

어느새 봄은 다가와 나무에 벚꽃이 만개를 했습니다.

앞과 가운데 창문을 활짝 열어 8시간 동안 햇볕에 데워진 차에 신선한 공기를 순환시키며 집으로 돌아오면, 신랑은 바통을 이어받듯 차를 끌고 교회로 나가는 일주일의 3일은 일한 후 독박 육아에 저의 2차 전쟁이 시작됩니다.


어느새 제 역할은 엄마, 와이프, 가정부, 직장인, 학생, 선생님 그리고 우리 부모님 딸이라는 옷을 번갈아가며 갈아입습니다.

24시간 중 수면 시간을 빼고 잘 적당히 시간을 분배하지 않으면 이 역할을 다 하기에 시간이 모자랍니다.


결국 아들내미 숙제를 봐주지 못해 제출 기한을 넘겼습니다. 제 숙제로 허덕이며 보낸 하루가 마무리 지어지며 생긴 일입니다. 아들은 쫓아 당기며 숙제를 봐 달라는데 저는 눈앞에 펼쳐진 제 숙제를 감당하느라 미쳐 봐주질 못했습니다.


학생인 제 역할이 너무 중요했던 순간이었다고 변명하고 싶습니다. 숙제 2개가 밀렸다는 아들을 앉혀 놓고 숙제를 도와주던 그다음 날~ 결국 아들 담임선생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선생님. 저는 이미 Stress out입니다."


저의 긴긴 문자를 읽고 진심으로 답변을 보내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숙제에 대한 질문은 선생님께 직접 하라고 아들에게 말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I want him to be independent."

선생님 답변 중 진심으로 제 가슴에 와 닿은 저 말을 새기며, 이제 만 9살 생일을 눈 앞에 둔 아들에게 진심으로 독립된 사람의 길을 가기를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아이들을 가진 모든 부모님들께 격려를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선생님들! 진심으로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으며 사는 요즘입니다.


 집 안에 있는 모든 컴퓨터 같은 것들은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과 숙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만 6살도 손가락 한 개로 숙제중입니다.


선생님이 이 메일로 보내주신 1학년 산수 숙제. 색칠을 너무 열심히 하니 과연 산수를 위한 것인지 색칠을 위한 것인지 헷갈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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