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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모드 Jul 26. 2019

내가 맺은 관계에 대하여

나쁜 관계란 없다



그 동안 살아오며 만난, 내 삶을 잠시라도 스쳐갔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한다. 우리에겐 그저 방식의 차이만이 있었을 뿐, 그들에게 나는, 아니 적어도 나에게 그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 가족, 친구, 동료, 연인, 그 누가 되었든 나의 평범한 일상에 파고들어 내 삶을 다채롭게 채워준 그들에게 고맙다. 행복한 순간도, 그렇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겠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그 때를 돌이켜 보면 누구 하나 잊고 싶거나 지우고 싶은 사람은 없다. 나와 너라는 점이 만나 우리라는 선을 만들고,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라는 면을 만들었으니, 그 중 하나라도 빠지면 지금의 나도 없을 것.



‘좋았다면 추억, 나빴다면 경험’. 내가 참 좋아하는 문장이다. 어떤 관계든 백프로 좋을 수도, 백프로 나쁘기만 할 수도 없다. 그저 조금 서툴렀고, 조금 어리숙했으며, 서로가 서로의 인연이 아니 었을 뿐. 너무 좋았고 지금도 좋다면 예쁜 추억으로 간직하면 되고, 추억이라는 이름의 상자에 넣어두고 오래오래 꺼내 볼 만큼 아름답지 않다면 나를 한 뼘 더 자라게 해준 값진 경험이라 여기면 된다. 내가 걸어온 길 위의 어느 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맑은 호수라 생각해 주저없이 뛰어들었지만 물 속은 한없이 무겁고 더러운 진흙탕이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진흙을 잔뜩 묻히고 울고 있는 나에게 깨끗한 씻을 물과 곱게 접은 손수건을 건네 주는 사람이 나타났고, 그로 인해 나는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세상에 온통 깨끗하고 예쁜 것만 존재한다면, 따뜻하고 포근한 것만 존재한다면 그 것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을까? 가끔 만나는 더럽고 추한 것들, 춥고 차가운 것들이 나의 귀한 인연을 더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 준다.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듯, 나쁜 인연이 지나가면 좋은 관계가 반드시 나에게 온다. 때문에 난,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느 순간 어느 찰나의 나쁜 관계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 때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좋은 관계를 알아 차리는 고운 안목이 생겼고, 그 때의 아픔이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있음을 알기에, 지금의 내 삶과 그 삶을 만들어준 모든 순간의 내 인연들에게 고맙다.



‘한 때는 너를 미워하기도 했겠지. 하지만 너로 인해 많은 걸 배웠고, 성숙해졌으며, 한 뼘 더 자 랄 수 있었고, 그렇게 지금의 멋진 내가 되었어. 그래서 지금은 너를 미워하지 않아. 너도 결국은 내게 참 고마운 사람이야. 어딘가에서 너도 좋은 인연을 만나 행복한 지금을 살고 있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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