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없이 웃었지만
처음엔 네 목소리가 좋았어. 따뜻하고 포근한 음성, 다정하고 상냥한 말투.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너의 그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나도 즐거웠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너도 좋아하는 게 행복했어. 먹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먹는다는 너의 말이 거짓말이었단 거 알아. 너의 눈이 가장 밝게 빛났던 순간은 맛있는 걸 먹을 때였고, 그 표정을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어. 의식주 중 하나가 잘 맞으니, 최소 1/3은 들어맞는 거잖아. 그게 참 좋았어.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떨어져 있을 땐 불안하지 않아서 좋았어. 너는 그 어떤 순간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사람이란 믿음이 내겐 있었어. 어디에서, 어떻게 온 믿음인지,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너니까, 너라서 믿었다는 말 밖엔.
모든 걸 함께하지 않아도 되서 좋았어. 난 공부를 하고 넌 책을 읽고, 넌 게임을 하고 난 낮잠을 자고. 같은 공간에서 각자가 할 일을 해도 이 모든게 자연스러운 우리 사이가 참 좋았어. 서로가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는 사이, 함께 할 땐 함께 하고 아닐 때도 화내거나 서운해하지 않는, 우리의 편안함이 좋았어.
네가 어디가 좋냐는 말에 아무 말 없이 웃기도 하고, 네가 왜 좋은지 도저히 모르겠다며 장난 섞인 말을 건네곤 했지만, 사실 난 너와 함께 한 모든 날들과 그 시간 속의 너라는 사람이 참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