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물과 같아서

비우고 또 비워도 가득 채워져

by 써니모드


나는 참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물론 호불호가 확실한 성격 탓에 세상 모든 것을 다 사랑하진 않지만, 사랑하기로 마음 먹은 그 누군가에겐 차고 넘치는 사랑을 나누어 준다.


그래도 참 다행인 건, 사랑을 아무리 흘려보내도 내 마음 마치 물과 같아서 어디론가 흘러갔던 물은 어떤 식으로든 다시 나를 찾아와 결국엔 다시금 채워진다는 것. 어떤 날에는 냇물처럼 잔잔한 사랑을, 어떤 날에는 저수지처럼 고요한 사랑을, 또 어떤 날에는 바다처럼 깊고 거센 사랑을 하며 기쁨에 웃어 보고, 슬픔에 울기도 했던 지난 날들. 이제는 정말 모두 말라버려 남은 사랑이 없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흘러갔던 내 마음이 비가 되어 내려와 나의 사랑을 다시금 가득 채워주곤 했다.


내 마음은 물과 같아서 손으로 쉽게 잡을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은 물과 같기에 그 어떤 그릇을 만나더라도 그 그릇의 모양 그대로 나를 담아낼 수 있다. 그릇의 크기와 모양, 쓰임새는 모두 다를테지만 그 안에 담긴 나의 진실된 마음만은 변치 않는다. 적어도 그 안에 담긴 그 순간 만큼은.


어떤 날엔 너무 큰 항아리를 만나 내 마음을 채우기도 전에 사랑이 끝나기도 했고, 어떤 날엔 너무 작은 유리잔을 만나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이 넘쳐 흐르기도 했다. 가끔은 열기가 채 식지도 않은 뜨거운 쇠그릇을 만나 내 사랑을 담아보기도 전에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 버린 적도 있고, 가끔은 너무나도 차가운 얼음 그릇을 만나 내 사랑이 그에게 깊이 닿기도 전에 꽁꽁 얼어버린 날도 있다.


적당한 크기, 적당한 온도의 예쁜 그릇을 만나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사랑을 완성하고 싶은 나지만, 이 세상에 나와 꼭 맞는 그릇을 찾는 게 크나큰 욕심이라면, 내 선택은 -그렇게 아프고도 여전히-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큰 항아리가 아닌, 나의 사랑이 가득차고 넘쳐흐를 작고 소중한 유리잔일테다.


이런 걸 가리켜 ‘지팔지꼰’이라 한다지만, 누가 뭐라든 나는 내 선택이 최선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쩌겠어, 내가 좋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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