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왜 좋은가

부산에서 한 달 살기 (3)

by memory 최호인

10월 15일 일 맑음 (2-1)


부산은 왜 좋은가.

부산에 도착한 지 이틀째.

나는 부산이 왜 좋은가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뭔가 좋을 때 그냥 좋다고 느끼지, 딱히 무엇 때문에 왜 좋은지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좋기는 좋은데 그 이유를 표현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지만 지금 나는 그것을 시도한다. 다만 막연하게 좋다고 말하기보다 특히 서울에 비교해서 좋은 점을 세 가지만 간추려서 말하고 싶다. 부산은 왜 서울보다 좋을까.



1. 부산 날씨가 서울보다 좋다.


먼저, 부산 기후는 서울보다 좋다.

부산은 서울에 비해 기온이 더 따뜻하고 공기도 더 깨끗하고 하늘도 더 맑다. 그것은 한반도의 서부와 동부의 차이이고, 중부와 남부의 차이이며, 내륙과 바닷가의 차이이고, 인구와 자동차와 건물이 더 밀집되고 덜 밀집된 곳의 차이이다.


대기의 질도 부산이 훨씬 좋다.

나는 날씨와 기온을 볼 때 곧잘 서울과 부산과 뉴욕을 비교한다. 그 밖에도 후쿠오카, 방콕, 포르투(포르투갈), 휴스턴 등도 자주 본다. 나중에 은퇴했을 때 뉴욕에 살지 않는다면 그중 어디론가 가서 살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 해도 한 달, 또는 한 계절 살기를 그런 곳에서 할 수도 있다고 상상하면서 그런 도시들의 날씨까지 함께 보는 것이다.


그 도시들의 날씨를 볼 때 나는 자주 대기의 질(Air Quality Index)을 함께 들여다본다. 위에 언급한 도시들 가운데 방콕을 제외하면 거의 언제나 서울의 AQI가 가장 높다. 방콕 등 동남아 대도시는 대기 질이 안 좋기로 유명하다. AQI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길어지니까 여기서는 생략하겠지만 서울의 AQI는 전반적으로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 늘 높다. 그런 지수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누구라도 서울의 하늘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특히 외국에서 오는 사람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전 하늘에서부터 또는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인천의 대기 상황을 금세 알아채곤 한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오는 동안 그런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이 지역의 하늘은 보통 뿌옇게 보이기 때문이다. 새파란 하늘이 밝게 드러나는 날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부산의 AQI를 보면 거의 언제나 서울보다 낮다. 그것은 부산의 대기 질 상태가 서울에 비해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부산이 바닷가에 있고, 자동차도 서울에 비해 월등히 적은 것이 그 주된 이유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2. 주거비와 음식값도 서울보다 낮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맑은 공기와, 따뜻한 기온, 인접한 바닷가, 적은 인구 등 외에 주거비를 포함한 부산의 전반적 물가는 서울보다 매우 낮다.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 일대 음식 가격을 보니 서울에서 싼 곳보다 더 싸다. 이제 겨우 이틀째라 쉽게 비교하지는 못하지만 음식 맛도 좋다.


아니, 내 입맛에는 약간 짠가? 원래 남쪽 지방 음식이 더 짜다고 한다. 사실 내 입맛이 조금 싱거워서 그런지, 서울도 부산도 음식을 짜게 하는 식당이 많아 보인다.


서울 강남역 부근과 부산 서면의 원룸을 구해서 살아본 나의 경험에서 보면, 서면의 월세는 강남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아파트 가격도 절반 수준이거나 더 낮은 수준일 것이다. 어차피 부산의 부동산 가격이 서울에 비해 훨씬 낮기 때문에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서울 말씨에 익숙한 나에게 부산 사람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크고 거칠고 공격적으로 들린다. 서면과 같은 도심 거리에서 뿐 아니라, 사람이 북적거리는 축제 거리에서 아이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도 거칠고 높고 크다. 오로지 부산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그렇게 들린다는 말이다.


나는 어제부터 점점 그 사투리에 익숙해지고 있으며, 그렇게 하려고 한다. 내가 ‘사투리’라고 말한다고 해서 부산 말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정한 중앙정부의 표준말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투리라고 하지만 말에 우열이 어디 있을까.


3. 서울에 비해 북적거리지 않는다.


부산에는 총 여섯 개의 전철 노선이 있는데,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부산의 전철 1번부터 4번까지 모두 타 보았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부산의 지하철은 서울 지하철에 비해 노선이 짧은 편이고 차량의 크기도 작은 편이다. 한국 제2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땅 크기가 아니라 인구 측면에서 서울에 비해 3분의 1 정도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부산의 건물과 자동차와 인구는 서울보다 적으므로 서울에 비해 북적거리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경제적으로는 열세일 수 있지만 거주하기에는 더 쾌적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에서 사는 것은 소란하고 복잡한 것을 감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인구가 집중된 만큼 같은 돈을 벌어도 주거비와 식비 등에 지출되는 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서울은 압도적 규모와 문화시설 등으로 인해 흥미진진할 수는 있지만 행복하게 살기는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의 인구는 그 자체로 부산의 세 배 정도지만 실제로는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서울 근교 외곽에 사는 사람들이 서울로 오가기 때문이다. 서울 주변에 있는 여러 침대 도시 또는 위성도시들의 많은 주민들은 잠만 그곳에서 잘 뿐 서울에 직장을 가지고 있다.


서울공화국이라는 이 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서울 중심으로 발전시키는 지역편자 문제 말이다. 수십 년간 더욱 심해지는 서울 집중 문제는 한국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가 되어 결국 사회정의와 평화의 발목을 붙잡는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소위 ‘노인과 바다’라는 별명을 가진 도시답게 부산에는 노인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인다. 서면이 부산의 교통 요지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비해 노인들은 많고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듯하다. 서울 강남과 부산 서면을 걸어다녀보면 쉽게 이해된다. 부산의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을 찾아 서울로 간다고 한다. 한국의 제2의 도시라는 부산은 인구에서도 머지않아 인천에 자리를 양보하게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자꾸만 떠나야 하는 부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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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맑은 바다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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