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시 - 파란 리본을 한 소녀

by memory 최호인

파란 리본을 한 어여쁜 술래가 어서 나를 찾기를

아무도 모르는 데 숨어서

몰래 품었던 그리움과 설렘과 꿈과 희망.

이제 올까 저제 올까 심장 두근거리던 시간은 후딱 흐르고

분홍색 꽃처럼 빛났던 감정은

연기처럼 허공으로 천천히 흩어진다.

사랑의 시를 두 번이나 읊조렸던 하얀 얼굴의 술래가

나를 버려둔 채 가버렸을 리 없다.

절대로 그럴 리 없다.

그러나, 메마른 대기에 숨어서

알 수 없는 미소만 짓던 술래는

저 멀리 저 멀리서 맴돌다 맴돌다

저 혼자 집으로 돌아간 듯 나타나지 않는다.

술래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하릴없이 서성거리던 나는 지쳐가고

길 저편만 바라보다 나동그라진다.

콩닥콩닥 가슴 뛰던 하루 저물고

불현듯 골목에 회색 땅거미 젖어들면

환한 얼굴로 나를 놀랠 어여쁜 술래를

숨죽여 기다리며 가슴 부풀었던 꿈도

덜컹거리는 삶을 부여잡았던 희망도

너덜거리는 그리움이 잔뜩 묻은 추억도

차마 내치지 못한 바랜 기억의 사랑도

해진 마음속에 품었던 한 움큼 연민도

가물거리는 촛불처럼 사각사각 사그라든다.

긴 시름에 지친 마음 스스로 달래지만

파란 리본을 한 소녀는 여전히 오지 않고

머쓱해진 나는 흐물거리는 먼 길로

서글픈 눈길만 보내다 이윽고

갈 길 몰라 어정거리는 고달픈 짐승처럼

못내 아쉬운 마음 다잡고 무거운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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