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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an 27. 2021

잘 익음과 설 익음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흔히 우리는 대부분의 재료가 적당 잘 익었을 때를 잘 숙성되었다 하여 최상의 맛이라 하지요.
그런데 때론 음식에 따라 숙성의 선호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고기를 구워 먹다 보면, 사람마다 선호하는 굽기가 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고기 본연의 식감을 즐긴다며 핏기만 가시면 먹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고기의 바삭한 맛을 좋아하기에 바짝 구워서 먹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고기 먹을 줄 모르네,,하며 이야기하기도 하죠.

김치도 그렇지요.
어떤 이는 날것의 겉저리 같은 맛을 좋아하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갓 담근 생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푹 익은 묵은 김치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어쩌면 잘 익었다는 기준이 항상 똑같고 항상 맞는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모든 재료엔 익어가는 정도에 따른 각 단계의 고유한 맛이 있는가 봅니다.
아직 다 익지 않은 풋풋한 설익음이 있고,
잘 익었을 땐 숙성된 맛이 있고, 너무 많이 익은  농익은 맛이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아마 우리네 삶도 그러할지 모릅니다.
살아가며 들어온 것은, 세상을 살만큼 살은 원숙한 삶의 지혜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음식이나 재료들이 그러한 것처럼, 사람의 삶 또한 각자의 숙성되는 다른 맛이 있을 겁니다.

어린이들의 새싹 같은 참신함도 있고,
청춘의 신선하고 풋풋한 반짝임도 있고,
중년의 원숙함의 풍미도 있고,
노년의 곰삭은 깊은 삶의 지혜가 그러할 겁니다.
어느 삶 하나 가볍지 않고,
어느 순간 하나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없을 겁니다.
때론 풋풋함에서 입맛을 돋우는 힘을 얻기도 하고, 때론 곰삭은 맛에서 깊은 향을 느끼기도 하니 말이지요.

원숙한 삶만이 지혜로운 것도 아니고,
풋풋한 삶만이 신선한 것은 아닐겁니다.
우리의 삶에는
그 순간에 어울리는,
그 시기에 어울리는,
그 재료에 어울리는,
그렇게 익혀 낸 맛이 필요할 겁니다.

새해의 첫 달을 보내면서,
내 삶의 익어감을 생각해 봅니다.
오늘 나는
내 삶에 어떤 온도를 더하고 있을까요
내 시간은 어떤 맛으로 구워지고 있을까요
오늘 하루는 내 삶에 어떤 숙성된 맛을 더해 줄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향기로운 삶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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