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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an 26. 2021

이마 - 신미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 게
마음이라면
거기 들어가 눕고 싶었다

요를 덮고
한 사흘만
조용히 앓다가

밥물이 알맞나
손등으로 물금을 재러
일어나서 부엌으로

신미나 - 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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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엄마가 몸살로 앓던 때가 떠오릅니다.
삶의 고단함에 견디고 견디다
그 어느 날 그렇게 싸매고 누웠다가
그렇게 끙 일어나는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그 당시 어린 막내인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겠지요.
그저 안쓰런 마음으로 엄마 머리맡에 앉아있다가, 저녁 무렵 떨치고 일어나는 엄마의 모습이 내심 반가웠었을까요.
이 시를 읽으며 마음은 몇십 년을 돌다 돌아옵니다.

시인은 그렇게 며칠을 앓았겠지요.
그리고 일어나 부엌으로 가
주섬주섬 밥물을 올리고
허리를 펴고 이마를 짚어 보았을 겁니다

그 이마엔
삶의 신열이
외로움의 한기가
다짐의 마음이
손바닥 가득 잡혀 있었겠지요.

스산한 저녁,
어깨의 한기를 툴툴 털고 '영차'일어나는
따스한 저녁시간이길 기원해봅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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