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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Feb 09. 2021

국수 - 이재무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
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
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
신혼적 아내의 살결 같구나

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
동그랗게 몸 포개고 있는
결연의 저, 하얀 순결들!

엉키지 않도록 휘휘 젓는다
면발 담긴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코밑 거뭇해진 아들과 겸상을 한다

친정 간 아내 지금쯤 화가 어지간히는 풀렸으리라

이재무 -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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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시 한 구절 그려봅니다.


늦은 점심입니다.
펄펄 끓는 물에 국수를 삶아
아들과 겸상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만,
아내는 화가 나 친정에 가 있습니다.

그러네요.
뭔가 또 실수를 했네요.
점심은 늦어지고, 아이도 먹여야 하니
어찌어찌 국수나 삶아서 끼니를 때워봅니다
하지만 머릿속엔 아내 생각뿐입니다.
삶아지는 소면을 보면서도 신혼 적 아내 생각,
국수를 먹으면서도 친정 간 아내의 화난 모습뿐입니다.

아마도 국수를 다 먹고 저녁 즈음엔 짐짓 처갓집에 연락해 보려나요.
아니면 어쩌면 화 풀린 아내가 조용히 돌아올는지도요.

국수 한 그릇에
남편의 만감이 느껴집니다.
남편 여러분.
아내한테 잘합시다! ^^

세상 모든 부부들의 평화로운 한 끼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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