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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r 05. 2021

깨어나는 날, 경칩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절기는 어김없이 흘러 또 찾아온 경칩驚蟄입니다.
해마다 경칩이면 그저 흔히 듣던 대로 잠에서 깬 개구리를 이야기하고, 개구리를 그려왔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경칩의 한자를 보니 정작 개구리 이야기는 없습니다.

놀랄 경 驚 에 숨을 칩 蟄을 씁니다.
칩 蟄은 겨울잠 자는 벌레라고도 되어있네요. 그러니 딱히 개구리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겨울잠을 자던 모든 벌레들이 움직이는 날이지요.

이 칩 蟄이라는 한자는 자주 듣던 단어인 칩거라는 한자에도 쓰입니다. 집 밖에 나가지 않고 방안에만 숨어 지낸다는 뜻이겠지요. 아마 코로나 시기 동안 많은 분들이 칩거 생활을 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숨어 지내던 겨울의 시간에서 벗어나 이제 자연의 활력을 느껴 볼 시기가 되었다고 알려주는 날입니다.
웅크렸던 몸도 풀어주고, 몸에 활력도 돋아주고, 미루었던 주변정리도 하면서, 올 한 해 신나게  살아갈 준비를 하는 날의 의미일 겁니다.

세상도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백신도 나왔다 하니 이제 우리들의 기대감도 꿈틀거리겠지요.
아직은 성급한 감도 있지만, 그동안 답답한 마음을 생각하면 조금씩 주변정리부터 해봐야 할까 싶습니다.
서둘러 세상에 나갈게 아니라, 이제 긴 잠에서 깨었으니 슬슬 몸도 풀고, 세수도 하고, 내 몸부터 활력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경칩의 활력의 기운을 표현하려고 거친 붓길과 꿈틀거리는 벌레의 느낌으로 오늘 경칩을 표현해 봅니다.

세상 모든 낮은 곳에 봄날의 따스함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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