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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pr 08. 2021

나의 목련 - 이만섭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나는 목련을 지고 난 후에 본다
후회하는 사랑이 그렇듯이

담장 위에 기다랗게
목울대 올려 피어난

그 환하고 고결한 자태를
왜 제때 바라보지 못했을까

담장 아래를 수없이
지나다니면서도

고갤 들지 못하고
속절없는 생각만 하다가

사월도 가고 목련도 지고
내 사랑은 후회하는 사랑이다.

나의 목련 - 이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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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산에 올랐습니다.
어느새 회색은 초록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봄이라 알리던 목련이며 진달래며 벚꽃들도
어느새 초록 잎을 내밀어댑니다.
채 꽃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그렇게 꽃은 집니다.
그렇게 잎은 핍니다.

목련꽃들은 미처 그 화려함을 보기도 전에 후드득 떨어져 있습니다.
목련은 그렇게 후회하는 사랑인가 봅니다.
꽃 피었다 반가워하다가도
채 그 사랑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목련은 후드득 떨어집니다.
그러기에 목련 앞에선 매양
후회가
아쉬움이
미처 전하지 못 한 사랑이 아픕니다.

세상은 그런 건가 봅니다.
꽃은 보기도 전에 지고,
사랑은 채 이야기하기도 전에 떠나가고,
마음은 알기 전에 돌아섭니다.
떨어진 목련에 아쉬워말고
피어오르는 초록을 반겨볼까요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볼까요.
내년에 다시 올 목련을 기다리며 말이죠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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