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민화의 한 형태로 까치와 호랑이가 같이 그려져 있는 호작도가 있습니다. 까치와 호랑이가 실제로도 같이 어울리는지 본 적은 없지만, 까치와 고양이는 원수처럼 싸우는 장면을 몇 번 보았기에 고양이과인 호랑이도 그러했을 거라 상상은 해봅니다.
까치와 소나무와 우스꽝스러운 호랑이가 메인 테마인 호작도는 예로부터 액운을 막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세화도로 많이 그려졌습니다. 연초에 세화도로 그려본 호작도를 비 오는 오늘 가만히 꺼내 올려봅니다.
서로 싸우는 호랑이와 까치이지만, 어쩌면 그 사이에도 미운 정 고운 정이 있지 않을까 하여 호작지정 虎鵲之情이라 이름 붙여 봅니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느라 후끈 데워진 바쁜 마음을 한 풀 가라앉혀놓고,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마음길도 좀 식혀봅니다. 마음속 투닥거림은 그렇게 한순간입니다. 까치와 호랑이가 나우 사이에서 투닥거리며 싸우다가도, 또 잠시 후면 제각기 자기 일을 하며 평온해지듯, 세상사 살아가는 일도 그렇게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