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입추가 어제 지나갔습니다.
자연의 흐름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하기만 한 인간이기에, 그저 계절의 흐름만을 믿어봅니다.
새벽 공기에서 애써 시원해진 바람결을 느껴 보려 하고,
혹여라도 때 이른 가을 풀벌레들의 목소리가 들리려나 귀 기울여봅니다
집 앞에 오래 된 도토리 나무가 있습니다
가을이 오면 벌레들이 나뭇가지를 똑똑 떨어뜨린다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는 아침 출근길마다 새로 떨어진 나뭇가지는 없을까 두리번거립니다.
이 모든 것이,
유별나게 뜨거운 올여름에 지쳐 보고싶은 가을 소식을 기다림 때문인가 봅니다.
가을 꽃도 보고 싶고,
가을 바람도 보고 싶고,
가을 낙엽도 보고 싶고
가을 하늘도 보고 싶습니다
긴 겨울의 끝에서 더디오는 봄 소식을 기다리듯이,
여름의 한 복판이지만 저 멀리서 한가히 게으름 피는 가을의 신호라도 기다려봅니다.
그런 보고싶은 마음을 가득담아,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여주인공이 적었던 글 한 조각 흉내 내어봅니다
‘보고십엇소’
이 한마디에는 어떤 가식이나, 어떤 체면도 섞여있지 않습니다.
그저 그 마음 그대로 보고싶었던 마음 뿐일겁니다.
가을이 오면,
또 어떤 바람이 불고,
또 어떤 하늘이 열리고,
또 어떤 가슴에 아프고,
또 어떤 사람이 오고 갈지 모르겠지만,
아마 처음만난 가을 바람에 이리 이야기 할겁니다
‘보고십엇소’
오늘,
여러분 모두의 마음속에 보고싶었던 그 무언가를 만나는 멋진 날이길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