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 혀를 깨물었습니다. 마치 초밥을 먹다가 잔뜩 들어간 고추냉이 덩어리를 씹듯이, 몇 초 동안은 눈물이 핑 돌며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분명히 잘 씹고 있었는데, 분명히 잘 먹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혀와 이의 협업이 얼그러졌나 봅니다. 혀는 혀대로 움직이기만 하고, 이는 이대로 무작정 씹기만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눈물이 핑 도는 아픔의 시간이 지나고, 아픈 혀를 움직이며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살다 보면 혀조차 내 맘대로 못 놀리는 때가 있기도 하려나 봅니다. 예전 이야기나 역사책을 읽다 보면 '혀를 잘 못 놀려' 설화에 휩싸인 이야기가 종종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말조심하고 몸조심하라는 교훈이 이어지곤 하지요. 요즘이라고 다를까요. sns에 잘 못 글을 올리는 거만큼이나 말 한마디 잘 못 해서 인생이 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들도 많지요. 생각해보면, 설화 속의 그들도, 구설수에 오른 그때 그 사람들도, 어느 날 갑자기 혀가 말을 안 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멀쩡하던 혀가 어느 날 갑자기 말을 안 듣고 제 멋대로 움직여서 말이지요.
이젠 혀와도 친해져야 합니다. 혀도 다시 길들여야 합니다. 내 몸속의 혀 세치도 내 맘대로 못하면서,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할까요. 내 몸속의 혀 세치도 내 맘대로 못하면서, 나랏일을, 세상 일을, 사람들 간의 큰 일을 섣불리 하려 나서면 안 되겠지요.
혀를 깨문 날, 입 속의 아픈 혀를 잘 달래 보면서, 그동안 말 잘 들어준 혀에 감사하면서, 내 몸과 다시 한번 친해지며 인사 나눠보는 오후입니다. 여러분의 혀는 건강한지요 여러분의 혀는 안녕한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건강하고 평화로운 하루이시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