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잔뜩 흐려 낮게 내려오더니, 비가 오락가락합니다. 이런 날은 커피 향이 더 짙어집니다.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길가를 향한 의자에 앉아 봅니다. 번잡한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멍하게 있어 봅니다. 어디선가 읽은 글에선, 멍하게 있는 순간이 뇌를 쉬게 해주는 좋은 시간들이라 한 기억이 납니다. 몸도 쉬고, 마음도 쉬고, 뇌도 쉬어줄 겸 멍하게 있어 봅니다.
마침 어느 굴뚝으로 나오는 연기를 멍하니 바라봅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게 있다 보니 '멍 때린다'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멍 하게 있는 상태를 왜 멍 때린다라고 표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때린다는 어감 치고는 참으로 편안한 상태입니다. 멍 때리고 나니 이리저리 뜨고 가라앉던 소소한 심란함이 사라집니다.
살다 보면, 사람 사는 모습이 다 그렇듯, 사람 사는 관계가 다 그렇듯, 이리저리 마음 쓰임도 많고, 마음에 치이는 일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멍도 듭니다. 누구나 그렇게 가슴에 시퍼런 멍 한 줌 없는이 어디 있을까요. 몸에 생긴 멍이 시간이 흐리면 옅어지며 사라지듯, 마음에 든 멍도 세월이 흘러야 옅어집니다. 멍든 가슴에 멍 때림이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요 그렇게 멍은, 때리거나 들거나입니다.